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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사드는 타협, 위안부 합의는 재고할 수 있다

등록 2017-01-09 18:45수정 2017-01-09 19:20

정의길
선임기자

오바마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푸틴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트럼프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놓고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변화하는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는 사드 배치와 소녀상 추가 설립을 외교적 자충수가 아니라 지렛대로 만드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지 않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 사드는 타협할 수 있고, 위안부 합의는 재고될 수 있다. 그래야 한다.

한국이 손아귀에 잡힌 물고기 신세다. 중국은 사드 배치 보복으로 각종 경제·문화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위안부 합의를 위반했다며 통화스와프 중단 등으로 뺨을 때렸다. 사드 배치와 위안부 합의는 결국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산물이다. 중국을 겨냥한 포위망이다.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 역시 이 전략을 총론에서 승계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동아시아의 지정학 구도가 바뀌고 있다.

먼저 세계 지정학 게임의 3대 플레이어인 미국, 중국, 러시아의 관계가 재조정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모두를 압박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 연대를 재촉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중동과 이슬람 문제 해결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추구한다.

러시아도 사드를 반대한다. 푸틴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6월25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조선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구실로 미국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의 태평양 거점이 동북아 지역에 새롭게 배치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미 푸틴의 러시아는 미국이 추진했던 폴란드 등에서의 동유럽 미사일방어체계(엠디)를 사실상 철회시켰다.

오바마 행정부도 출범 뒤 ‘러시아와의 리셋’ 정책을 표방하고, 관계 개선의 하나로 동유럽 엠디를 양보해줬다. 오바마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푸틴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트럼프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놓고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트럼프는 아직은 엠디의 유용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드는 엠디의 일환이고, 엠디는 기본적으로 러시아를 겨냥해 입안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러시아를 통해 중국의 사드 배치 수용을 설득한다며 지난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가했다. 박근혜의 부탁을 푸틴은 싸늘하게 거절했다. 푸틴에게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국의 곤란한 입장을 미국 쪽에 중재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한국 야당 의원들을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국에 사드와 관련해 “가속화 배치 중단”을 말했다. 일단 동결하는 성의를 보이면 한국의 차기 정부와 타협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꽃피는 봄이 되면 차기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사드는 부지 문제 등으로 그때까지 배치가 완료될 수 없다.

현재까지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경제적 이득이지, 중국과 지정학적 대결은 아니다. 중국과 지정학적 대결의 핫스팟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 전선에서 이탈하고 있다. 두테르테는 중국으로부터 무기수입, 러시아와의 군사훈련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사드 배치에 타협하지 않고 강공으로 밀면, 중국 역시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지정학적 대결을 강화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밀접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하고,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딴지를 거는 것은 중국과의 경제통상전쟁을 위해 지정학적 대결 카드를 사용하는 거다. 그 카드는 쥐고 있어야 효력이 있는 거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서 강공으로 나오는 것은 러시아와의 북방영토 협상 실패에 대한 여론을 달래려는 거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일본에 북방영토를 양보하고, 경제협력을 받으려 했다. 최근 들어 푸틴은 입장을 바꿨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러-일 관계 개선을 반대한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금 위안부 합의를 놓고 한국을 때리지만, 이로 인해 합의가 무효화하는 것을 결코 원할 수 없다. 합의가 깨지면, 더는 위안부 문제 책임을 안 져도 되지만 본질이 바뀔 것은 없다. 미국이 나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재촉한 것은 한·미·일 군사동맹 때문이다. 시간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 있다.

한국이 덜컥 사드 배치를 발표하고, 부산의 일본 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추가된 것은 외교적으로 자충수다. 하지만 이게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이라면, 이를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 변화하는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는 이를 불가능하게 하지 않고 있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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