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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주권자의 외침 / 김하수

등록 2016-11-27 18:23수정 2016-11-27 19:10

세상이 들끓고 있다. 들끓는다는 말은 너도나도 하고 싶던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는 뜻일 게다. 살아가면서 거침없이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다.

두루 알고 있다시피 우리 헌법 1조 2항을 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주권이라 함은 매우 논쟁적이기는 하나, 한 국가가 자기결정권을 집행할 수 있는 천부적이고도 법적인 정당성을 가리킨다. 그런데 그러한 주권의 바탕이 되는 권력이 바로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니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문제는 우리의 이 권력이 그냥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선거로 뽑힌 자들에게 위임됨으로써 효력을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권력을 위임받은 그들이 일을 그르치고 있으면 국민들은 답답하기 짝이 없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주권의 원천이자 주인인 국민이 직접 정치에 가담하게 된다. 이것이 격렬해지면 혁명이 되고, 온건하면 저항운동이다.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외치는 일’이다. 거리에서나 시장에서나 가리지 않고 외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이럴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꿈의 정치라고 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권자 다수가 행동하면 그것이 바로 법이다. 주권자가 권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위임했던 입법권과 사법권의 회수를 외치는 순간은 그래서 준엄하다. 거리의 함성은 개돼지들의 비명이 아니라 주권자의 선언이다. 투표가 끝나면 늘 허전했던 국민들이 ‘비로소’ 스스로 권력을 집행하는 것이다. 절대로 주눅 들 일이 아니다. 진정한 주권자는 자신의 요구를 분명히 ‘말’로 표현해야 한다. 그것이 주권의 구체적 실현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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