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기자협회는 김영란법 때문에 기자들의 취재활동이 제한을 받는다는 등의 엉뚱한 얘기를 할 게 아니라 취재윤리 규정을 더욱 강화하는 등 관련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윤리 규정을 위반하는 언론인은 자체적으로 조사해 징계하는 등 자정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언론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부정부패를 앞장서 척결해야 할 언론이 부패 용의자로 규정돼 국민적 감시를 받게 됐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럼에도 기자협회와 일부 언론이 헌재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는커녕 이를 고수하겠다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언론계 전체가 깊이 자성해야 한다. 국민이 언론을 불신하고 감시 대상에 올려놓은 이유는 다양하다. 기자라는 특권을 이용해 부정 청탁이나 하고 공짜 골프를 치는 등 부패의 당사자라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거기에다 국민 여론이 언론을 이대로 놔둬선 안 되겠다고 하는 건, 과도한 특혜를 누리면서도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대신 주어진 특권을 이용해 개인이나 소속 언론사의 사적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불신 때문이 아닌가 싶다. 모두가 언론 스스로 불러들인 업보다. 그동안 언론이 각종 특혜를 누려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출입처로부터의 공짜 식사나 골프, 해외 출장 등 온갖 편의를 제공받고, 추석이나 설 명절 때는 각종 선물을 받아온 이들이 적지 않았다. 때로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핑계 삼아 그런 특혜를 거절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소수 힘있는 언론인에 국한된 일이고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이런 부패 기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창간 초기부터 윤리강령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는 <한겨레>도 여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게 현실이다. 이제 이런 잘못된 관행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언론이 이런 특혜를 받게 되면 특혜를 제공하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권력과 자본이 왜 언론에 이런 특혜를 부여해 왔겠는가. 한마디로 언론을 자신들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하려고 그랬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그러는 사이 힘없는 일반 서민은 언론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때로는 권력과 자본 편에 선 언론으로부터 억압을 당하는 억울한 경우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김영란법이 언론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반론도 이런 점에서 수긍하기 힘들다. 언론의 기본 역할은 서민이나 노동자 등 사회경제적 약자 편에 서서 권력과 자본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일이다. 언론 자유는 그런 일을 제대로 하라고 헌법에서 보장해준 것이다. 힘있는 권력 및 자본과 자유롭게 어울리라는 언론 자유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김영란법 때문에 그동안 특혜를 공유했던 권력 및 자본과의 접촉에 제한을 받는다고, 즉 언론 자유가 제약을 받는다고 불평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더욱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 진정한 의미의 언론 자유를 구가하는 언론의 정도로 나아가야 한다. 언론인을 공직자에 포함하는 게 맞는지도 논란거리였다. 엄밀한 의미에서 언론인은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이다. 따라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건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갖는 영향력이나 공적 역할을 고려할 때 일반 공직자보다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다. 언론은 비록 민간 영역이긴 하지만 공적 영역은 물론 다른 민간 영역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고 바로잡는 구실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느 공직자보다 공공성이 훨씬 큰 일을 하는 집단인 것이다. 국민적 감시와 견제를 받는 공직자에 포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그런 공적 역할을 하면서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 등 부패에 물들어 있다는 국민적 혹평까지 받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언론계는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아직도 언론계에 만연해 있다는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관행을 뿌리뽑는 대대적인 자정운동에 나서야 한다. 기자협회도 김영란법 때문에 기자들의 취재활동이 제한받는다는 등의 엉뚱한 얘기를 할 게 아니라 취재윤리 규정을 더욱 강화하는 등 언론인의 청렴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자협회 회원사 기자라고 감쌀 게 아니라 윤리 규정을 위반하는 언론인은 자체적으로 조사해 징계하는 등 자정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언론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인들이 언제까지 ‘기레기’라는 부끄러운 오명을 뒤집어쓰고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twin8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