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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석구 칼럼] 사드 논란보다 중요한 것

등록 2017-01-18 18:00수정 2017-01-18 21:23

정석구
편집인

사드 배치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선 후보들이 남북 관계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남북 관계가 풀리지 않고는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은 끝없이 고조되고, 사드 같은 미국 군사력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지고, 주변 강대국과의 갈등은 점점 더 복잡하게 꼬일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혈맹이라는 한-미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 등 트럼프 핵심 참모들이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하지만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아직은 모든 게 불확실하다. 기존의 한-미 관계 잣대로 개별 사안을 판단할 경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현안이 사드 배치 문제다. 박근혜 정부는 실효성 논란이 있던 사드 배치를 지난해 7월 전격 결정했다. 최근 대통령 선거 국면을 맞아 대선 후보들이 다양한 찬반 의견을 내놓고 있다. 늦었지만 공론의 장에서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과 문제점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건 바람직하다. 이런 논란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느냐는 앞으로 새롭게 전개될 한-미 관계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사드 논의가 합리적이고 생산적이 되려면 몇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자칫하면 대선 후보 사이의 정쟁으로 변질하거나 미국의 속셈과는 동떨어진 공허한 논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사드 배치는 철저히 우리의 국익이 무엇인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본 뒤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한 국회 논의나 국민적 합의 없이 전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해 버렸다. 그러고 나서 이미 한-미 간에 합의한 사안이니 변경할 수 없다고 밀어붙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 논의 등을 거쳐 필요하면 계속 추진할 수도 있지만 국익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 중단할 수도 있다. 모든 걸 열어놓고 봐야 한다.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국제 관계에서 절대적인 것은 없다.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다. 혈맹 관계라는 한-미 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아무리 혈맹이라 해도 상대방의 이해가 달라지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버림받을 수도 있는 게 국제 관계다. 미·중·러·일이라는 4강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는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는 순간 다른 쪽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게 돼 있다. 줄타기 외교를 하면서 우리의 국익을 챙겨나갈 수밖에 없는 가혹한 운명 속에 처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또 하나 조심해야 할 점은 이런 논의가 색깔론으로 흐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 반미이고 곧 친북이라는 식으로 매도하는 단세포적인 접근은 자제해야 한다. 사드 배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얼마든지 한-미 당국의 입장과 반대되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곧바로 북한을 옹호하고 중국 편을 드는 것은 아니다. 사드 반대론자들에게 마치 사상 검증하듯이 이념 공세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사드 배치 논란의 밑바탕에는 북한이란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하느냐는 핵심적인 문제가 놓여 있다. 사드 찬성론자들은 북핵 위협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사드의 실효성 논란과는 별개로, 이들은 북한을 항상 남한과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고정변수로 간주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북핵의 위험성은 최근 들어 대폭 강화됐고, 호전적인 북한 정권의 태도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응할 군사적·외교적 노력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강력히 대응한다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북한과 어떻게 관계 개선을 이뤄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사드 배치 논란과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조금만 더 압박하면 북한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북한붕괴론을 주장하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보수정권에서 되풀이됐던 북한붕괴론은 번번이 빗나갔다. 전면적이고 강도 높은 압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북한을 붕괴시킬 정도의 전면적인 압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붕괴론은 불가능한 가정을 전제로 한 환상일 뿐이다.

결국 사드 배치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선 후보들이 남북 관계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남북 관계가 풀리지 않고는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은 끝없이 고조되고, 사드 같은 미국 군사력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지고, 주변 강대국과의 갈등은 점점 더 복잡하게 꼬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사드 배치에 대한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도 없다. 대선 후보들이 사드 논란을 넘어 남북 관계를 정상화할 청사진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이다.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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