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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두 아가씨

등록 2016-06-07 20:22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영화 <아가씨>의 흥행이 반가운 이유 중 하나가 동성애 코드였다. 두 여주인공 사이에 오가는 에로틱한 교감은 남자인 내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부(部)를 달리해가며 점점 더 내밀해지고 가팔라지는 감정선은 무척 짜릿했다. 지난번에 동성애를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는 칼럼을 썼더니, 어느 분이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당신은 당신의 자녀들이 남자 동성애자들의 ‘항문성교’가 정상이라고 배워오길 정말 원하시나요?” 이 질문에 숨어 있는 무의식은 이런 것이다. 다른 남자가 내 항문에 성기를 들이미는 건 상상만 해도 징그럽고 끔찍해. 내 ‘똥꼬’는 소중하니까. 동성애를 자가(self) 항문성애로 바꾼 댓글 앞에서 잠시 망연했다. 그런데 남자 이성애자들도 레즈비언이 등장하는 베드신에는 별로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두 아가씨가 서로를 안고 있을 때, 그들이 보는 것은 곱빼기 베드신이다. 남녀가 등장하는 통상적인 베드신에서도 그들은 여성 쪽만 본다. 여여가 등장하는 베드신이라니, 두 배로 볼거리가 늘어난 셈이다. 훔쳐보는 일밖에 모르는 이모부(코우즈키)의 자리가 바로 이 자리다. 만일 이 조합을 남남으로 바꾸었다면 당장 보수단체들이 출동했을 것이다. 이 간격을 넘어서는 일, 남녀건 남남이건 여여건 그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을 인정하는 일, 여기가 우리 인권의식의 문턱이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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