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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소수와 다수

등록 2016-05-31 19:19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카톡으로 알림 문자가 왔다. 교회에서 온 문자다. “시청 앞 기도회 중입니다. 동성애 평등 법안 통과 안 되도록 기도해주세요. 이 법이 통과되면 학교에서도 동성애 교육을 하고요, 목사님이 동성애자 결혼 주례 안 해주면 벌금 문대요. 지금 문자 보내주세요!” 매우 긴 문자인데, 중언부언이 심해서 요지만 적었다. 혐오를 부추기고 뜬소문을 옮기는 문자가 유행이라더니 내게도 이런 글이 왔구나. 힘없는 소수를 지목하고 떼어내고 공격하는 것,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그들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는 것, 이것이 권력의 통치술이다. 비단 동성애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여성들을 희화화하고 호남 사람들을 손가락질하고 노인들을 비웃고 청년들을 가혹하게 다루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저들을 용납하면 세상이 동성애자, 된장녀, 전라도 사람들, 갑질 노인, 게으른 백수로 가득 찬다고 선동한다. 그런데 저렇게 갈라낸 소수들을 모으면 다수가 된다. 소수들이여, 지지 말자. 한 줌밖에 되지 않는 권력자들이 스스로 다수라고 착각하는 것이야말로 과대망상이다. 나는 이성애자이지만 나 같은 사람만 바글대는 세상은 원치 않는다. 저 문자를 받고 생각했다. 정말로 학교에서 동성애 교육을 하는 나라, 동성애 주례를 거절하면 벌금을 매기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들 사이좋게 지내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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