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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안녕, 다섯 친구들

등록 2016-05-29 19:11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시 쓰기 수업에서 한 학생이 ‘하이, 파이브’(Hi, Five)란 제목의 시를 냈다. 시 속의 주인공이 어느 날 마주친 다섯 가지 물건을 친구처럼 부르는 시다. ‘하이파이브’(High Five)를 말놀이 삼아 비튼 시인데, 현대판 ‘오우가’(五友歌)라 할 만했다. “내 벗이 몇이냐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윤선도는 시에서 자신의 벗이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 이렇게 다섯이라고 말한다. 자연을 친구 삼아 유유자적하겠다는 결심이 이런 친구들을 불렀다. 오늘의 내 벗 다섯은 뭐였을까? 만화 <원펀맨>, 미드 <왕좌의 게임>, 책 <곤충연대기>, 심사용 박사논문 하나,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 있네>다. 사귀는 벗을 보면 그 사람을 안다더니, 친구들을 보니 이 사람은 히키코모리에 가깝겠구나. 어제는 아기가 병원에 다녀왔다. 의사선생님을 보더니, 자신이 어디에 왔는지를 눈치채고는 통곡하기 시작했다. 진찰이 끝난 뒤 아빠에게 안겨서 안심하나 싶었는데 왼팔에 한 방 오른팔에 한 방, 예방주사를 맞고는 또 운다. 이번에는 아빠도 소용없다는 표정이다. 속았다는 울음이다. 그래도 금방 잊고는 방긋 웃어준다. 아기에게 다섯 벗은? 아기용 치즈, 뽀로로 매트, 빨강 유모차, 외출용 모자 그리고 엄마 품이었겠다. 병원은 말고. 주사를 놓은 의사선생님도, 아빠도 말고.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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