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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너는 모든 것으로

등록 2016-04-24 19:16수정 2016-04-24 19:19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너는 모든 것으로 만들어졌다.” 네루다의 시다. 너의 질료는 우주다. 나는 모든 곳에서 너를 만진다. 부처님 손바닥 안에 든 손오공처럼 나는 네 손아귀 안에서만 자유롭다. 손오공은 근두운을 타고 세상의 끝에 이르러 다섯개의 봉우리를 보았다. 손오공의 능력이 보잘것없어서 손바닥조차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그는 부처님이 펼쳐 보인 세상의 경계까지 날아갔더랬다. 저 손바닥은 손오공에게 주어진 방황과 편력의 넓이다. 당신이 바로 그 손, 세상의 모든 것으로 이루어진 손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손이 세상의 넓이라면, 손이야말로 세상의 모든 것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돌이 지난 아기는 이제 손가락질을 배웠다. “아인이 발은 어디 있나?” 하면 자기 발을 가리키고, “손은 어디 있나?” 하면 손가락으로 다른 손바닥을 짚는다. “예쁜 손” 하면 검지로 자기 볼을 콕 찌르고, “곰돌이 어디 있어?” 그러면 안방 천장에 매달린 곰 모빌을 지목한다. 아직 말을 못하는 아기는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모든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얼른 손가락이 지목한 곳으로 가야 한다. 아기가 가리키는 곳에는 어김없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있다. 아기가 부모의 손아귀 안에 있는 게 아니다. 거꾸로다. 부모의 모든 행동은 아기의 손안에 있다. 부모에겐 아기가 세상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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