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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아틀라스 베이비

등록 2016-04-12 20:36수정 2016-04-13 00:56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잠이 찾아오면 아기는 제 몸이 겉옷이라도 되는 듯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잔다. 아기가 손을 들고 벌받는 자세로 자는 모습은 안쓰럽다. 아기는 벌써 학교에 간 꿈을 꾸는 것일까? 담임선생님에게 “복도에 나가서 무릎 꿇고 손들고 있어!”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일까? 오늘 아침에는 아기가 거실에서 ‘엎드려뻗쳐’ 자세를 선보였다. 두 손 두 발을 바닥에 붙이고 엉덩이를 하늘 높이 쳐들더니, 그 자세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엉덩이춤을 추었다. 동영상을 카톡에 올렸더니 고모가 “그거 일어서려는 거야”라고 일러준다. 아기는 곧 두 발로 서겠구나. 그런데 저 자세, 기묘한 수평이다. 손을 뗄까 발을 뗄까, 망설이는 것 같다. 손을 떼면 ‘호모 에렉투스’(직립인간)가 되겠지만, 발을 떼면 아틀라스가 되는 거다. 물구나무선 게 아니다. 지구를 두 손으로 이는 거다. 지구를 어깨에 짊어진 아틀라스 그림이 지도책의 표지 삽화로 쓰인 이래, 아틀라스는 지도책을 부르는 이름이 되었다. 그런데 원래 아틀라스가 이고 있던 구(球)는 지구가 아니라 하늘이다. 그래서 아기는 손을 들고 잤던 것인가? 자면서는 하늘을 이고 잠이 깨서는 지구를 이고? 아기가 엉덩이춤을 추며 이런 노래를 부르는 것만 같다. “저기 가는 저 늙은이, 공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지구인들 무거울까.”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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