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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공공 재산, 전화

등록 2016-04-03 19:02수정 2016-04-03 19:46

서비스업에는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언어가 기본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고 보면 서비스업은 일종의 언어적 노동이라고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육체노동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안전’이다. 몸을 다칠 가능성이 큰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비스업에서, 아니 언어적 노동에서 ‘노동 안전’처럼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언어 예절’이다. 언어 예절을 훼손하면 마음에 상처를 깊이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언어 예절을 달리 말하면 ‘안전한 언어’라고도 할 수 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상처를 받지 않는 그러한 언어 말이다.

특히 전화를 이용하여 언어적인 서비스를 하려면 서비스 제공자도 고객도 언어의 질서와 규율을 아주 잘 지켜야 한다. 이에 어긋나면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다툼과 갈등도 벌어진다. 서로 마주 보는 대화에서는 표정까지도 신경이 쓰이게 마련인데 얼굴도 안 보고 대화를 하다 보면 말을 함부로 하기 쉽지 않겠는가. 그 때문에 이런 익명성을 악용한 사례가 자주 생긴다. 특히 상대방이 ‘항상 친절하게 말을 해야 하는’ 전화 상담자들일 경우에 더욱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콜센터 같은 곳에서 자주 경험한다는 이른바 ‘전화 갑질’이다.

이런 행동을 하는 까닭 중의 하나는 전화 단말기가 개인 소유물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전화와 관련된 시설물과 전파는 엄연히 공적인 재산이다. 이렇게 사회적 공유물이기도 한 전화로 욕설을 퍼붓거나 모욕을 하는 짓은 당연히 법적인 제재가 따라야 한다. 보이스피싱이 남의 재산을 훔치는 짓이라면 전화 갑질은 남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위험한 짓이다. 공공 도로에서 노점을 차리거나 마음대로 주차를 해보자. 다친 사람이 전혀 없어도 단속의 대상이 된다. 전화 갑질은 그냥 재수 없는 일 당했다고 우물우물 지나칠 일이 절대 아니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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