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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버스를 타기 전

등록 2016-03-29 18:51수정 2016-03-29 20:28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버스 옆구리에 붙은 광고판들, 가끔은 무섭다. “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한 기숙학원에서 내건 문구다. 죽어라 공부해 봤어? 그래도 안 죽어. 죽을 지경에 이르게 해주지. 실은 그러다 죽은 애들이 부지기수인 나라가 우리나라인데. 죽은 이는 말이 없으니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경계에 이르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미안해요. 저 애가 둘이에요.” 한 성형외과 광고다. 남자들이 차 한잔 하자고 내미는 손을 거절하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손을 내민 남자와 거절하는 여자의 얼굴이 프레임에 잘려 보이지 않는다. 드러나 있는 건 그녀의 몸매와 남자의 손아귀뿐이다. 사냥꾼 남자의 시선으로만 포착한 실루엣이다. 헌팅하는 자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애가 둘인지 셋인지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뱃살만 잡겠습니다.” 역시 성형외과 광고다. 비어져 나온 뱃살을 두 손으로 잡은 사진을 쓰더니 요즘은 혐오광고라는 지적이 많아서인지, 동글동글한 지방인형으로 사진을 바꿨다. 그래도 그렇지. 네가 내 뱃살을 왜 잡니? 성추행범도 아니고. “다른 건 다 맡겨도 피임만큼은 맡길 수 없다.” 세상에, 이번 건 보건복지부 광고란다. 이건 여성은 말할 것도 없고 남성도 차별하는 광고다. 모든 남성을 순간의 쾌락을 이기지 못하는 한 마리 수컷으로 만들고 있구나. 휴, 버스 한 번 타기도 힘든 세상이구나.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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