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말로만 듣던 과학기술의 지능화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란 것도 많은 사람들의 지혜와 지식이 결집된 체계인 만큼 무슨 괴물마냥 불안한 시선으로 볼 것도 아닌 것 같다. 머지않아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이 결합하여 우리의 삶을 매우 편안하게 해 줄 수도 있으리라. 인공지능과 천연지능의 자연스러운 결합 같은 것 말이다.
정치판도 좀 더 지능이 높아지면 어떨까? 모두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일 텐데 유권자들의 마음에 안 드는 저능한 표현이 참 많다. 특히 정치지도자의 성씨에다가 추종 세력이면 ‘친-’, 반대면 ‘반-’, 이도 저도 아니면 ‘비-’, 더 열렬하면 ‘진-’, 두루뭉수리면 ‘범-’ 같은 접두사를 붙이는 게 도대체 정치의 본질과 무슨 관계란 말인가? 조선 시대 동인, 서인 등의 정파는 그래도 목숨이라도 걸었었다.
또 이 계파의 명칭은 세금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 우리의 자녀의 취업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앞으로 교육비는 얼마나 더 들어야 할지, 부동산 값이 오를지 내릴지 등과 같은 삶의 문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냉정하게 보면 정치인들의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유권자에게 선택의 기준으로 삼으라고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건 인공지능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지능을 망가뜨리는 인공저능이다.
이런 정치권의 언어를 손보려면 아무래도 정치인들에게 기대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일단 언론의 각성에 기대 보는 게 어떨까. 제발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말도 안 되는 누구 ‘-계’니 무슨 ‘-파’니 하는 용어를 폐기해 버리자. 그리고 누가 자유 무역을 반대했는지, 누가 햇볕 정책을 찬성하고 반대했는지, 또 누가 오락가락했는지 등을 유권자들한테 상세히 보도하라. 차라리 언론인과 유권자가 새롭게 결합하는 것이 더 나은 정치적 인공지능의 언어를 만드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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