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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차카게 살자

등록 2016-03-08 19:23수정 2016-03-08 20:11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차카게 살자’라,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매번 듣던 말이다. 화살에 뚫린 하트, ‘숙이는 내 거다’ 같은 말과 함께 조폭들 어깨를 수놓던 3대 문장이었다고 한다. 화살이 관통한 심장의 뜻은 말할 것도 없이 사나이 순정이다. 네가 나를 뚫었으니 나는 일관(一貫)되게 널 좋아하겠다는 거다. ‘숙이는 내 거다’는 그 순정이 변치 않겠다는 혈서 같은 거다. 뭐, 그때는 연애할 상대 이름이 숙이 아니면 순이었으니까 저렇게 새겨도 선택의 폭이 아주 좁지는 않았겠지. ‘차카게 살자’에 담긴 게 착하게 살려는 결심은 아니었을 것이다. 맞춤법 따위 가볍게 무시하는 패기 말고 여기에 무엇이 있을까? 예전에는 버스를 타면 좀 험하게 생긴 분이 세일즈를 하곤 했다. “저는 어둠의 자식이었습니다. 별이 일곱 개… 그런데 강동경찰서 김 형사님을 만나… 개과천선해서…”로 시작해서 “열심히 살려고 했으나… 이 사회는 냉혹하고 차가웠습니다…”로 꺾은 후에, “두 개 만원에 모시겠습니다”로 끝나는 레퍼토리였다. ‘차카게 살자’도 비슷한 뜻이었지. 이봐, 이 문장 보고 다들 착하게 살아. 알지? 착하게, 가진 것 좀 내놔. 요즘은 이런 분들 만나기 어려워졌다. 대신 동네방네 “바르게 살자”라고 새긴 커다란 돌이 놓였다. 아, 그분들 나이 먹고 꽤 높은 자리에 올랐구나. 몸소 나서지 않고 이제는 애들을 풀었구나.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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