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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쿵푸 팬더

등록 2016-03-06 21:33수정 2016-03-06 21:45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오래 앓은 뒤끝에 아기 눈 주변에 다크서클이 생겼다. 몇 주 동안 감기가 들락날락했으니 힘들 만도 했겠다. 코는 빨갛고 눈은 까맣고 몸은 동그래서 영락없는 아기 팬더(판다)다. 아직 숨소리는 그렁그렁하지만, 그래도 기운이 돌아왔다. “아인아, 아이 이뻐.” 소리를 들으면 손가락으로 자기 볼을 콕 찌른다. “아인아, 교감.” 이러면 검지를 내밀어 엄마와 이티(ET) 악수를 한다. “아인아, 사랑해.” 그러면 두 손을 머리 위로 가져가 하트를 그린다. 아직 머리는 크고 팔은 짧아서 손이 머리끝까지는 못 올라간다. 곰 인형 같다. 빠르기는 또 얼마나 빠른지 안고 있어도 절묘하게 몸을 비틀어 품안을 빠져나간다. 몸이 유연해서 팔다리가 구체관절인형처럼 따로 논다. “다 좋은데, 자꾸 이유식을 뱉네.” 인후염으로 목이 부었을 때에는 밥알 삼키는 게 힘들어 뱉었을 것이다. 한 번 뱉고 나니, 입으로도 뭔가를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푸푸” 하는 소리가 재밌어서 뱉었을 것이다. 먹을 거 갖고 장난치면 안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손톱으로 긁어 오른쪽 콧날 위에 딱지까지 앉았다. “아뵤!” 소리를 지르며 엄지로 코를 풀고 침깨나 뱉는 쿵푸의 달인이 우리 집에 왔다. 통통하지만 유연한 몸과 다크서클로 위장한 아기 팬더가 왔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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