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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리드미컬 베이비

등록 2016-02-28 18:31수정 2016-02-28 19:48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서양음악의 리듬은 단순한 편이다. 서양음악은 주로 선율과 화성에 중점을 두고 발전해왔기 때문에, 리듬을 정교하게 다듬지는 못했다. 리듬이 걷는 데서 기원했으므로 서양에서는 2배수로 표현된 박자, 곧 4분의 2박자와 4분의 4박자가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왔다. 4분의 3박자는 춤을 출 때의 역동적인 동작과 닮았다. 둘째 마디가 시작될 때 디디는 발이 다르기 때문이다. 왈츠곡들이 대표적이다. 다른 박자에 바탕을 둔 곡은 많지 않다. 반면 세계 다른 지역의 리듬은 매우 복잡하다. 아프리카 음악에 기원을 둔 남미 리듬은 4분의 4박자이지만 기본박자를 복잡하게 나눈다. 재즈와 블루스의 스윙 역시 4분의 4박자 안에서 각각의 음 길이를 일정하지 않게 배분한다. <음악본능>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거실에서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났다. 급히 나갔더니 아기가 동요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아기는 아직 다리 힘만으로 똑바로 못 선다. 몸을 지탱하려면 손으로 무언가를 잡고 있어야 한다. 그 어정쩡한 자세로 엉덩이와 무릎을 이용해서 리듬을 타고 있었다. 노래는 ‘토마토송’인데 춤은 ‘호랑나비’ 비슷했다. 저건 리듬에 안 맞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리듬이로구나. 아기는 지금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제3세계의 무곡을 가르치고 있구나. 서양음악도 어른 음악도 아닌 그런 세계의 음악을.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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