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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나’에 대하여

등록 2016-01-26 18:55수정 2016-01-26 18:55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교회에 열심히 다니던 시절에 들은 이야기다. 겸손하고 성실한 교인이 있었다. 헌금도 구제도 봉사도 열심히 하는 분이었다. 한마디로 신실한 성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누가 묻더란다. 자매님, 그거 다 자매님 자신을 위한 거 아니오? 이 말에 시험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하나님을 위한 게 아니라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일한 걸까? 밤을 새워 회개를 했지만 마음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자의식이라는 덫에 걸려든 거다. “나를 잊게 해주세요”라고 백날 기도해봤자 ‘나’는 ‘잊다’의 목적어로 늘 보존된다. ‘나’는 모든 말을 가능하게 해주되 그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것, 영어식으로 말하자면 가주어와 같은 것이다. ‘나’는 어떤 문장에나 덧붙어 있지만, 거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하긴 어렵다. 칸트가 말한 통각(apperception)도 자기의식인데 여기서도 ‘나’라는 의식은 지각(perception)에 얹혀 있는 것(ap-)에 불과하다. 그러니 자의식은 정말로 들고 있기 힘들다. 아무 무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서두를 “나는”으로 시작하는 사람만큼 불행한 이도 없다. 5공 때 전두환씨가 모든 문장을 “본인은”으로 시작했다.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단군 이래 최대의 도둑이란 칭호뿐이다. 국민의당과 국민회의가 통합을 선언하며 발표문을 냈다. 모든 문장이 “우리는”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내게는 그게 “나(들)은”이라고 들렸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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