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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또 다른 공용어 / 김하수

등록 2016-01-17 19:25

지난 연말, 국회가 일을 제대로 하느니 마니 하던 순간에 우리 언어의 역사에 매우 중요한 사건이 후다닥 지나갔다. ‘언어수화법’이 통과된 것이다. 수화란 말을 못 듣는 장애인들을 위해 손짓으로 대신하는 의사전달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언어와 그 체계와 기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것은 ‘언어’라기보다는 불가피한 ‘비상수단’으로만 인식되었다. 교육하고 널리 보급해야 할 언어로 보지 않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화를 ‘장애인 전용’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비장애인에게도 수화는 매우 유용하다. 물리적으로 말을 할 수 없을 때, 방독면을 쓰고 있을 때, 침묵 속에서 일을 처리해야 할 때, 물속에서 잠수나 자맥질을 할 때, 소리가 닿지 않는 먼 곳에 신호를 보낼 때, 또 반대로 너무 시끄러운 데서 말할 때 등은 수화 역시 하나의 자연언어로서 ‘기본적인 소통 수단’임을 재인식하게 된다.

수화가 이제 법적인 공용어가 됨으로써 우리는 ‘한국어’와 ‘한국수화언어(수어)’ 두 가지의 공용어를 지니게 되었다.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보면 그리 이르지도 않다. 이미 130여 개국에서 수화를 공용어로 인정하고 있다. 늦게 시작하는 만큼 좀 더 정성 들인 제도가 뒷받침되었으면 한다.

수화는 이젠 국어 시간에, 혹은 이에 준하는 수업에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수화 통역사도 더 양성해야 한다. 수화의 약점이 전화 통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다양한 화상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러한 영역에도 편의 장치를 개발해야 한다. 하나의 공용어보다 두 개의 공용어를 가지려면 그만큼 더 바빠야 하고 더 부지런해야 한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우리 사회에 소리로 내는 말을 듣지 못하는 27만여 이웃들이 더 나은 기회를 가지고 더 넉넉한 자기 몫을 차지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그들에게 우리 모두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으면 한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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