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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밧줄로 꽁꽁

등록 2015-12-08 18:45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귓가를 계속 맴도는 곡을 독일어로 ‘오어부름’(Ohrwurm)이라고 한단다. 귀(Ohr)와 벌레(Wurm)의 합성어로 집게벌레나 히트곡을 이르는 말이다.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 단단히 묶어라. 그 사람이 떠날 수 없게.” 길을 가다가 이 구절에 낚여 며칠을 흥얼거렸다. 저 곡이 귀를 잡고 놓아주질 않네. 제1야당의 내홍을 보노라면 저 귀벌레가 생각난다. 문-안의 대화를 이렇게 요약한 글을 보았다. “우리 모두 단합합시다.” “먼저 혁신해야 합니다.” “혁신위원장 맡아주세요.” “싫어요.” “모두가 찬성한 김상곤 체제로 하겠습니다.” “혁신위 인정 못합니다. 대표직 물러나세요.” “그럼 재신임 받겠습니다.” “거둬주세요.” “알겠습니다.” “혁신위는 실패했습니다. 내 혁신안은 낡은 진보를 청산하고 부패를 척결하는 것입니다.” “받겠습니다.” “인재영입위원장 거절합니다.” “그럼 문안박 체제로 갑시다.” “아뇨. 혁신전대위 엽시다.” “대결이 격화될 것입니다.” “나랑 안 할 거면 말하세요.” 일요일 오후에 나타나서는 월요일자 독자의 눈과 귀를 낚아채는 저 지긋지긋한 히트곡 때문에 못 살겠다. 독재정권에 항거한 민주화 투사들을 낡은 운동권이라 매도하는 소리 더는 못 듣겠다. 국회의원 한 명 데리고 들어와서 20~30명은 데리고 나갈 수 있다고 하니, 장사도 잘했다. 그래도 저 양반 탈당해서 지지율 5% 빠지면 공멸이란다. 민주진보진영 전체가 밧줄로 꽁꽁 묶였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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