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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울다가 웃으면

등록 2015-10-27 18:45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 난다. 심하게 감정기복을 겪는 것은 나지 않아야 할 곳에 난 털처럼 우스꽝스럽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놀림, 어린아이들에게만 쓴다. 어른들 사이에서 특정한 부위의 털은 모자이크 대상이다. 당연히 저 털은 머리털이나 겨드랑이털이 아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정말로, 항문에 털이 나기도 한다. 진의는 이렇다. 네가 그렇게 울다가 웃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아니야.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슬픔과 기쁨을 모두 겪어야 해. 그 곤혹과 당혹과 매혹과 유혹을 다 지나치면 너도 어른이 될 거야. 똥구멍에 털이 나게 될 거야. 쇠고기 촛불시위 때 물대포 쏘는 경찰을 향해 “온수! 온수!”를 외친 센스 군중 이후로 웃음과 비통을 동시에 느낄 일은 없을 줄 알았다. 요즘은 그런 일이 너무 많다. 한 대학 이사장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일러, “목을 쳐 달라고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쳐 주겠다”고 공언을 하더니, 정작 제 목을 쳤다. 사위가 마약을 한 사실이 드러나 시끄러워지자, “딸이 32년간 한 번도 속 썩인 적이 없다”는 동문서답이 나왔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829건이나 오류가 있다고 했는데, 거의가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였다. 교육부 티에프(TF)팀이 국정원 여직원의 셀프 감금을 주제로 리바이벌 공연을 벌였다 운운. 덕분에 수북해져서 방석이 필요 없을 지경이다. 정말이지, 이런 식으로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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