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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군대 가면 군인 된다

등록 2015-10-13 18:32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모든 책이 마음의 양식인 것은 아니다. 자기계발서나 멘토링, 성공학이란 괴상한 이름으로 분류되는 책들은 읽지 않는 게 더 좋다. 이런 책들의 전제는 두 가지다. 세상은 본래 약육강식의 정글이므로 성공하려면 남보다 앞서야 한다. 내가 불행한 것은 내 마음가짐이 틀려먹었기 때문이다. 현실은 반대다.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취업은 요원하고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세상은 우울하다. 약육강식을 자연의 이치로 받아들이는 강자의 논리, 불행은 각자의 책임이라는 개인주의의 논리를 깨지 않으면 안 된다. 유명한 베스트셀러 삼종 세트의 이름은 이렇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 실은 다 같은 말이다. 내가 보기엔 이런 뜻이다. ‘군대 가야 어른 된다.’ 군대 가면 그냥 군인이 된다. 모든 사람이 상명하복의 기율을 체득할 필요는 없으며, ‘까라면 까’로 대표되는 불합리를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군인들의 희생 혹은 수고면 족하다. 국정 교과서 소동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교육부 장관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인식”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다.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가르치는 게 올바를 리 없고, 단 하나의 책만 남았는데 균형을 잡을 리 없다. 국정 교과서의 진짜 전제도 실은 이것 아닐까? 정글이 옳고 네 불행은 네 잘못이라는 것. 많은 이들처럼 나도 군대 가서는 제대 날짜만 기다렸다. 국정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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