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자꾸 무너져 간다고 한다. 경제적인 면에서 가족은 대개 소비 단위이지만 농민이나 자영업자들에게는 생산 단위이기도 하다. 그러니 가족이 건강하다면 경제도 건강할 가능성이 많다. 건강한 가족은 의학적으로도 병이 없어야 하지만 유대감이 강해야 사회적으로 건강한 가족이라 할 수 있다.
세속적으로는 돈 걱정 없고, 집 걱정 없으며, 아이들 대학 진학 걱정 없으면 건강한 가족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 매우 피상적으로 건강한 가족을 정의하는 시각이다. 그러다 보니 가족 구성에 빈틈이 보이면 무언가 모자란 가정으로 보게 된다.
요즘은 부부 가운데 한쪽만 있는 가정을 한부모가정이라고 한다. 원래 결손가정이라고 했던 것을 말만 예쁘게 바꿨다. 그리고 속으로는 그저 결손가정이라고 생각한다. 동등한 이웃이나 보호해야 할 약자로 보지 않고 명분만 생기면 배제의 대상으로 삼는다. 한부모 밑에서 자라도 바르게 자라고 가족적 유대감이 강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이들이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은 나머지 한쪽 부모가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적 배려와 보호, 그리고 물질적 결핍 때문이다.
진정한 결손 가족은 생계와도 무관하게 툭하면 재산 둘러싸고 ‘왕자의 난’인지 ‘형제의 난’인지를 벌이는 집안에 있다. 그들의 재산이 대부분 국민의 세금과 노동자의 저임금에서 나온 것일진대 그러면서도 유산을 더 남기고, 또 자식을 특채하며, 가족을 이익의 도구로 삼는다. 그러다가 유대감의 결여로 사고가 나는 것이다. 반면에 수많은 서민들은 자그마한 가족 하나 유지해보려고 헉헉대고 있다.
건강한 가족은 부유하건 가난하건 각자 생존경쟁에만 몰두해서는 절대로 꾸릴 수 없다. 온 사회가 서로 보호하고 서로 지켜주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것이 유대감의 바탕이고 유대감은 사회를 더욱 견고하게 엮어주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가족은 우리를 기만하는 허구의 단어일 뿐이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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