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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가족의 의미 / 김하수

등록 2015-09-20 18:41

가족은 혈연관계와 사회경제적 활동의 기본 단위로 오래 기능해왔다. 시대에 따라 교육과 신앙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또 사회계급적 자산으로서의 기능도 있다. 이러던 가족이 무언가 변화를 맞고 있다. 독신 생활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고 이제는 동성끼리도 결혼을 하겠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법적으로 인정받기까지 한다. 가족이 수행해온 성적인 분업 체계도 흔들리는 것이다. 가족이란 낱말의 뜻도 재고해 보게 된다.

농경사회는 대가족제도가 유용했고, 시민사회는 핵가족제도가 적절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개별화되고 있다. 그리고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 세상에 이렇게 가혹한 경쟁 사회가 또 있을까 하는 한탄이 나온다. 정신적으로는 이미 모든 사람이 기러기가족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이럴 때 가족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즐거움보다는 지겨움과 불편함, 그리고 부담감만 주고 있는 제도 아닌가? 그러면서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족한테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만 앞선다.

이제는 하나하나 작은 가족보다는 더 큰 의미의 사회공동체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공동체가 다양한 종류의 가족을 품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독신가족,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동성가족 등만이 아니라 가칭 공동거주가족이라든지 조합가족이라든지 아니면 옛날 수양부모가 있었던 것처럼 서로 배려하고 후원해주는 수양가족, 혹은 후원가족 등의 다양한 기초 단위가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민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우리는 어느새 아무런 준비 없이 다른 시대에 들어서버린 것 같다. 그리고 무언지 모를 어두컴컴한 시대에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내던져버리지 않았는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가족의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적 가족 제도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가족의 대안적 의미와 함께 새로운 대안적 사회가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제발 피곤한 사회가 아니었으면 한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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