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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절박한 딸·아들 악용하는 고용부 광고들, 참 염치가 없다!

등록 2015-09-13 18:41수정 2015-09-15 11:38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비정규직 ‘장그래’역의 임시완을 출연시켜 청년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책을 홍보하는 공익광고를 만들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비정규직 ‘장그래’역의 임시완을 출연시켜 청년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책을 홍보하는 공익광고를 만들었다.
[싱크탱크 시각] ‘노동 개혁’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노사정위원회 합의 시한이 결국 지나버렸다. 애당초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한 날짜가 8월26일이다. 노사정 대표자가 몇 차례 만나고 2주일 만에 정부안에 도장을 찍으라는 것인데, 이걸 과연 노사정 대타협이라고 말할 수 있나?

정부의 몰상식한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1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동개혁 향후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요지는, 노사정 논의의 최대 쟁점의 하나로 거론되는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와 관련한 기존 정부 방침을 절대 바꿀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소위 ‘플랜B’에 따라 정부 주도로 근로기준법,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5대 입법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다시 분명히 했다. 최 부총리의 발표는, 한마디로 이제 노사정 협상은 별 의미가 없는 들러리 절차이며, 노동계는 정부 안을 무조건 수용하라는 최후통첩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박근혜 정부의 이러한 후안무치한 모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말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위를 구성하고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한창 논의하고 있을 때 고용노동부는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청년일자리가 해결됩니다’라는 공익광고를 연일 쏟아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 역을 한 황정민이 중년 기성세대로 나오고, 한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영된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 역을 맡았던 배우 임시완이 청년으로 등장했다. 당시에 황정민의 내레이션을 이어받아 ‘장그래’ 임시완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고생이 대한민국을 이만큼 키웠습니다. 하지만 2015년 우리 청년들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미래세대가 취업 걱정 없도록 더 나은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여기서 ‘더 나은 노동시장을 만든다’는 것은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시행을 말한다. 즉 이른바 ‘장그래법’으로 불리던 기간제보호법을 개정해 기간제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적용 대상도 늘리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게도 고용노동부는 ‘장그래’ 임시완을 출연시켜서 ‘장그래’ 청년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책을 홍보하는 공익광고를 만들었던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몰염치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난 8월 초순부터 다시 시작된 이른바 ‘노동개혁’ 공익광고는 더 가관이다. ‘노동개혁 우리 딸’ 편에는, 정년이 다 되어가는 아빠와 취업을 앞둔 딸을 등장시켜서 “임금피크제의 도입으로 13만개의 청년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청년과 중장년 세대간 갈등을 노골적으로 조장하는 내용이다. 최근 한 티브이 광고는 일용직으로 일하는 토목학과 대졸생을 등장시켜서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아간 노조와 기업의 양보를 공공연히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왜곡과 과장으로 일관된 고용노동부의 광고를 보면서 진심으로 묻고 싶다. 정말 ‘노동개혁’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냐고. 여기에 덧붙여 정부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방식과 내용 모두 분명히 ‘노동개악’이라는 사실을 이제 국민 모두가 알게 됐다고. 이런 방식의 노동개혁은 무의미하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이라는 명분하에 세대간 대립과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딸과 아들이 가진 절박한 심정을 악용해서 노사정 합의를 압박하는 ‘개혁’은 ‘개악’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lshberlin06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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