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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진격의 ‘카카오드라이버’ / 조현경

등록 2016-05-29 19:14




요즘 카카오톡 피시(PC) 버전에선 대리운전기사를 모집하는 ‘카카오드라이버 사전예약’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택시’로 모바일 교통서비스에 공들인 지 1년여 만의 본격적인 확장이다. 카카오의 오투오(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신뢰는 카카오택시의 성공을 통해 입증받은 터. ‘카카오드라이버’의 시장 장악력은 막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택시는 모바일 교통서비스 플랫폼 마련을 위한 교두보라고 볼 수 있다. 사업 자체로만 보면 적자다. 반면,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앱 ‘카카오드라이버’는 애초 수익화 모델로 구상된 서비스다. 어찌 보면 본격적인 검증은 지금부터다. 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기존 대리운전 업체들과 환영하는 대리기사들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업체들은 ‘골목상권 침해’라고 규정한 반면, 상당수 대리기사들은 기존 업체들의 불합리한 업태를 해소시켜 오히려 ‘골목깡패 소탕’ 역할을 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카카오택시의 초기 진입 당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업계의 저항을 원천적으로 해결한 것에 비추어보면, 대리운전 업체들의 저항에 대한 카카오의 대처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최근, 업체들과의 상생방안을 찾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번엔 사정이 여러모로 달라 보인다.

택시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개입이 정당화된 산업 분야다. 택시 대수와 요금 모두 일률적으로 규제받는다. 콜택시 업체들은 택시회사와 분리된 법인으로서 회원에게 수수료를 받아 운영해왔다. 카카오택시가 이들을 대체하며 시장을 확장했지만, 구조적으로 수수료 외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규제산업이다. 더군다나 택시 시장은 이미 공급과잉 상태였다.

택시와 대리운전은 본래 ‘대체재’ 관계다. 대체재란 같은 시장에 속한 다른 상품으로, 하나의 상품이 잘 팔리면, 그 영향으로 덜 팔리게 되는 다른 상품을 가리킨다. 저렴한 대리운전의 등장으로, 택시 이용이 감소했다면 대체재가 된다. 브랜드도 만들 수 있고, 가격에 따라 서비스 품질도 조정할 수 있는 대리운전에 비하면 일률적인 규제를 받는 택시엔 애초에 불리한 게임이다. 카카오택시가 단시간 안에 택시 업계의 일정한 성장을 끌어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대리운전 업계로 진출하면서, 역으로 택시 시장의 잠식이 가속화될 수도 있는 일이다.

이 외에도 카카오가 시도할 수 있는 오투오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모바일 교통서비스 기술 연계로 ‘카카오 주차’까지 출시할 경우, 자가용 구매와 이용에 있어 그나마 유지되던 실질적·정서적인 진입 장벽은 더욱 희미해질 것이다. 이 역시 카카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가용의 구매와 이용 증가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나아가 카카오가 축적한 교통정보 빅데이터와 구글의 자율주행차 기술이 손잡는다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이미 무인택시 서비스가 자율주행차 시대의 수익모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 날이 머지않을지도 모른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사회적경제센터장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사회적경제센터장
기술경쟁 시대. 초기에 플랫폼을 선점한 누군가는 시장권력뿐 아니라, 경제·사회의 질서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특정 기업의 의지에 시장과 사회 질서가 내맡겨진 상황. 플랫폼의 소유자가 공공선을 추구해주길 바랄 뿐이다. 해당 기업이나 사회 모두에 플랫폼의 독점적인 소유는 두려운 일이다. 시장논리를 넘어 플랫폼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사회적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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