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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아토피와 유토피아

등록 2015-09-13 18:27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내게 가을이 왔음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것은 코다. 재채기와 콧물에, 입천장과 눈까지 가려워서 꽤나 고생스럽다. 알레르기 비염이다. 알레르기는 면역계의 오류로 면역세포가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 가운데 신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물질까지 공격하거나, 자신의 세포를 이물질로 착각해서 공격하는 현상이다. 기관지에서 일어나면 알레르기성 천식, 나처럼 코의 점막에서 일어나면 알레르기성 비염, 관절에서 일어나면 류머티즘, 피부에서 일어나면 아토피 피부염이다. 아토피(atopy)란 그리스어 아토포스(atopos)에서 유래한 말로 ‘기괴한, 불편한, 정체를 알 수 없는’이란 뜻을 가진 말이다. 아토포스는 ‘거기(topos)에 없음(a-)’이다. 유토피아(utopia) 역시 ‘거기(topos)에 없음(u-)’이란 뜻이니 아토피와 어원이 같다. 어디에도 적이 없어서 제 몸에 발진과 염증과 가려움증을 표현한 게 아토피라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서 이상향을 표현한 게 유토피아다. 종전이 아니라 휴전을 했으니 우리는 지금도 전시체제하에서 산다. 지뢰와 대북 방송 문제로 또 일촉즉발이었던 걸 보니 실감이 난다. 잘 해결되어 다행이지만, 통일은 요원해서 오랫동안 실현될 것 같지 않다. 어디에도 없는 유토피아다. 북한은 사과하지 않았다는데 우리는 사과를 받았다고 자랑이다. 어디에도 없는 아토피다. 그사이에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돌파했다고 한다. 괄목상대,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일이다. 이것도 아토피 증상 가운데 하나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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