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뜻으로도 저런 뜻으로도 쓰이는 말은 편리할 것 같지만 사실 매우 위험하다. 사람을 오락가락하게 하고 상황을 오판하게 만든다. 그렇게 휘뚜루마뚜루 쓸 수 있는 말은 농담을 하거나 남을 조롱할 때, 아니면 아예 반어법으로는 유용하다.
민주사회에서는 당연히 대중이 정치적 주인이다. 민주주의를 가리키는 데모크라시가 그리스어에서 대중이라는 뜻의 ‘데모스’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또 하나의 단어, 포퓰리즘도 대중을 뜻하는 ‘포풀루스’라는 라틴어에 연원을 두고 있다.
포퓰리즘이라는 말은 대중과 지배 엘리트를 대립적으로 보는 시각을 가리키지만, 통속어에서는 대중의 인기를 노리고 선심을 남발하는 기회주의를 뜻한다. 곧 하나의 낱말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당은 야당의 대중친화적 주장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려 하고, 야당은 대꾸도 못하고 뒤에 숨어 버리기 바쁘다. 이러니 일반 대중은 도대체 어떤 정치인을 믿고 살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 말은 함부로 쓸 말이 아니다. 특히 공적인 책임을 져야 할 언론기관은 이 단어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성격의 대중을 단 하나의 단어에 모두 밀어 넣을 수는 없다. 각자의 이념 지형에 따라 대중을 달리 해석해 주어야 한다. 사회주의자의 대중은 노동자를 중심으로 하고, 시장주의자의 대중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하게 마련이며, 극우파는 반공주의자와 배타적 민족주의자를 중시하고, 극좌파는 빈농과 도시빈민에 관심이 많다.
모든 정파는 대중을 벗어나서는 민주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 자신들이 지지 기반으로 삼는 대중을 위한 정책을 자신있게, 정직하게 말하라. 그리고 언론기관은 이들의 대중이 누구를 가리키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도록 해야 한다. 이 이상 포퓰리즘이라는 말을 악마의 단어로 만들지 말라. 이 땅의 대중은 지금 숨넘어가게 힘들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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