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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극치의 옹알거림

등록 2015-08-09 18:37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은 이렇게 말했다. “아기의 옹알이 속에는 단일 언어, 아니 심지어 여러 언어들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소리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변별점이 가장 많은 자음들, 구개음화되고 순음화된 자음들, 치찰음, 파찰음, 흡착음, 복합모음, 이중모음 등이다.”(<에코랄리아스>에서 인용) 한마디로 말해서 아기는 인간의 언어가 만들어내는 모든 소리들을 낼 수 있다는 거다. 이를 야콥슨은 “극치의 옹알거림”이라고 불렀다. 말은 특정한 소리들의 결합으로 특정한 뜻을 만든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낼 수 있는 모든 소리가 모여 있으므로 아기의 옹알이 속에는 인간이 의도한 모든 의미가 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극치의 옹알거림이라고 할 수밖에. 아기를 천사라고 부르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것이겠구나. 천사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로 발음할 수 있는 존재, 그것도 고결하고 축복된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다. 어른의 언어를 배우면서 아기는 이런 능력을 잃어버리지만, 예외가 있다. 의성어나 감탄사에는 해당 언어의 발성 체계에 포함되지 않은 소리들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동물이나 사물 혹은 아기의 소리를 흉내 낼 때 혹은 길거나 짧은 탄성을 발할 때, 우리는 모국어를 배우면서 잊었던 천상의 언어를 짧게나마 되찾는 것이다. 아기 앞에서 엄마나 아빠가 짧은 감탄밖에 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겠지. 천사 앞에서 잠시나마 부모는 천국의 언어를 되찾는 것이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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