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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아인어의 탄생

등록 2015-07-19 18:44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단어를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어떤 경험이나 느낌을 한 단어로 집약하기. 시베리아 케트어에서 ‘아테렁오옥스’란 단어는 ‘한 종류의 나무만 자라는 숲에서 혼자 끼어서 자라는 다른 종의 나무’를, 인도 문다리어에서 ‘라와다라’라는 단어는 ‘목격자가 없어서 뭔가 못된 짓을 하고서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느낌’을 나타낸다고 한다. 둘째, 단순한 행동이나 느낌을 여럿 모아서 단어를 만들기. 파푸아 지역의 칼람어에서는 ‘(장작 같은 것을) 모으다’라는 단어는 ‘가다-치다-취하다-오다-놓다’로 분해되며, 마사지는 ‘때리다-문지르다-쥐다-오다-오르다-쥐다-오다-내리다-하다’로 쪼개진다. 셋째, 연상을 통해 한 단어가 여러 뜻을 갖게 만들기.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카야르딜드어에서 ‘자라’라는 단어는 ‘발, 걷다, 비’라는 뜻을 갖는데, 이것은 비가 지저분한 땅을 깨끗이 다듬어 길을 내주기 때문에 생겨난 연상이다. 막 옹알이를 시작한 딸(아인)에게서 이 셋을 모두 발견했다. “아 아어 아이 어”라는 말은 ‘지금 막 응가를 해서 기분은 좋지 않지만 아빠가 보고 있으니 참을 만해’라는 뜻이기도 하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다-왼쪽으로 돌리다-일어나려고 하다-실패하다-엄마를 간절히 쳐다보다-일으켜 줘’란 뜻이 되기도 하며, ‘밥, 응가, 토, 닦아줘’를 동시에 의미하기도 한다. 딸이 말을 하게 되면 세상에서 유일한 저 언어는 사라질 것이다. 그때까지는 그 문법을 열심히 익혀두려고 한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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