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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내가 제일 잘 나가

등록 2015-07-14 18:28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저 광고만 보면 마음에 ‘기스’가 난다. 한 자동차보험 광고다. 부장이 회의실 바깥에서도 들릴 정도로 호통을 친다. “나만 오해했다는 거야 뭐야? 말해 봐!” 벌벌 떠는 부하 직원들 가운데 하나가 조그맣게 말한다. “부장님 지난번에 분명히 말씀드렸었는데…….” “아니, 그렇게 저렴하다는 게 말이 돼?” 다시 부하 직원의 답변. “저렴한 건 사실입니다.” 이 답에 부장이 폭발한다. “나가! 다 나가!” 부장은 뼛속까지 ‘갑질’이 체화된 인간이다. 저 부장의 ‘사모님’이 백화점 주차안내원을 무릎 꿇렸던 것은 혹 아닐까? 자본주의는 계약을 통해 노동을 제공하고 급료를 지불하는 평등한 체제다. 이 체제는 구성원들 서로에게 상호적이며, 그것도 계약관계 안에서만 효력을 발휘하므로 일시적이다. 시장경제나 민주주의 앞에 그토록 ‘자유’를 붙이기 좋아하는 자들이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부장이란 자는 계약관계 밖에서 합리적 의사소통을 무시하고 날것 그대로의 적의를 드러낸다. 군대 다녀온 이들은 누구나 알지만 이건 회의가 아니라 집합이다. 이것은 군사문화의 잔재일까? 아니면 봉건주의의 유산일까? 부장에게 부하 직원은 동료가 아니라 졸따구이거나 하인에 지나지 않는다. 자본주의 바깥으로 나갈 수는 없겠지만, 저따위 회의실은 자발적으로, 서류라도 집어던지며,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투애니원(2NE1) 노래라도 부르며. “내가 제일 잘나가! 내가 봐도 내가 좀 끝내주잖아?”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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