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같은 보도 매체에서 어떤 사람을 언급할 때에는 그에 대한 개인 정보를 간략이 덧붙여서 읽는 이들의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대개 직업이나 직함 또는 알려진 명성 따위를 언급해 주는 것이다.
한때는 그 사람의 나이를 괄호 속에 넣는 일이 흔했는데 요즘은 보기 드물다. 또 여성일 경우에는 역시 괄호 속에 ‘여’라고 써넣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별 의미 없는 정보를 알려줬구나 하고 실소를 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그 사람이 나온 대학의 이름을 슬그머니 비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이제는 그러한 낡은 방식의 사적 정보를 통해 보이지 않는 위계나 사회적 선호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권력의 중심부에서는 이러한 개인의 별거 아닌 정보 요소로 건전하지 못한 위계질서를 강화하는 인습이 남아 있어 무척 답답하다. 예를 들어 사법시험 출신자들에 대한 언급에는 거의 예외 없이 몇 회 합격자인지를, 연수원 몇 기인지를 밝히고 있다. 그래서 기수 후배가 상관이 되면 그 선배 기수들이 통째로 물러난다는 식의 비합리적인 인사 정책이 당연시되는 것은 큰 문제다.
더 답답한 것은 선후배 관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국회의원들조차 재선이니 삼선이니 하며 단식농성할 때 초선인 주제에 선두에 서지 않는다고 하거나, 삼선 이상이면 당연히 무슨 당직을 주어야 한다든지 하는 것을 보면 아직 민주주의가 멀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개인 정보는 그의 능력이나 그릇의 크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잘되려면 잘난 후배가 하루속히 못난 선배를 앞질러야 하지 않겠는가?
되도록 법조인들에 대한 정보는 과거에 어떤 판례를, 혹은 어떤 변호나 사건 기소를 한 경력이 있다는 것을 덧붙이거나, 국회의원들은 과거에 어떤 법안을 마련한 경력이 있다는 등의 개인 정보를 드러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한 사회로 다가서는 일일 것이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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