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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무지개 너머

등록 2015-07-12 18:42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홍수가 끝난 뒤 하느님은 무지개를 세워 다시는 물로 생명을 쓸어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무지개가 구원의 상징이 된 것은 이때부터지만, 정확히 말해서 무지개는 문턱의 표시다. 무지개가 뜨기 전은 대홍수의 세계이므로 무지개 이편에는 불관용과 죽음이, 무지개 저편에는 관용과 생명이 있다. 동성애 운동의 상징이 무지개가 된 것은 1978년 화가 길버트 베이커에 의해서다. 그는 노래 ‘무지개 너머’(Over the Rainbow)에서 착안하여, 다양성과 관용의 상징으로 무지개를 골랐다. “당신이 꿈꿔왔던 일들이 정말로 현실이 되는 나라, 저기, 무지개 너머”에, 서로를 존중하고 존중받는 나라가 있으리라. 올해엔 퀴어 축제보다 퀴어 반대 집회가 더 퀴어 축제다웠다고 화제다. 반대자들은 탈춤 의상을 입고 한바탕 춤사위를 벌였는데, 알다시피 이 옷의 소매는 무지개다. 무지개 옷으로 무지개 반대 춤을 추었으니 찬성인지 아닌지 헷갈릴 만했다. 이들은 또한 <백조의 호수>에 맞춰 발레를 공연했다. 차이콥스키가 유명한 동성애자라는 것을 몰랐던 모양이다. 이때 입은 흰 원피스와 하늘색 허리띠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복장이라고 한다. 동정녀는 모든 섹스를 부정하는 상징이니, 동성애만이 아니라 이성애도 부정된다. 이 와중에 인분을 묻히고 돌진한 사내가 있었다. 이 사내 덕에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이곳은 무지개 이편이라는 것, 그는 개똥밭에 굴러도 좋다고 한 바로 그 이승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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