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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워아인이[我愛你]

등록 2015-07-05 18:57수정 2015-07-06 09:53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딸 이름을 아인(雅仁)이라 지었더니 아기가 울 때마다 자기 이름을 부른다. 갓난아기는 “응애, 응애” 하고 울지 않고 “아이, 아인” 하고 운다. 내가 어렸을 때에도 “혁웅, 혁웅” 하고 울지는 않았겠지. 엄마도 아빠도 아인이와 비슷하게 울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아이의 탄생은 오래전부터 예비되어 있었다는 뜻? 간절히 불렀더니 온 우주가 나서서 아이의 탄생을 도와준 셈? 사실 이름은 본인이 아니라 부모의 욕망을 반영한다. 김치국이니 방구려 같은 이름이 개명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 어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당사자에게는 타인의 놀림만큼이나 부모의 무성의함이 입힌 상처도 컸을 것이다. 나도향의 본명은 경손(慶孫)이었는데, 그 역시 ‘경사스러운 손자’라는 뜻의 이름을 몹시 싫어했다. 그는 의사가 되라는 할아버지의 강권을 어기고 작가의 길을 걸었다. 도향(稻香)은 ‘벼의 향기’란 뜻이니 향토적이고 서정적인 본인의 작품세계에도 부합하는 이름이다. 요즘 삼둥이가 최고 화제인데, 대한, 민국, 만세란 이름이 너무 큰 거 아닌가 싶다가도, 인기를 보니 거뜬히 감당할 수 있는 이름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당 행사 때 저 이름으로 건배를 외치지만 않는다면. 귀염둥이 손자들 이름이 술자리 건배용은 아니지 않은가? 나도 아인이가 커서 자기 이름이 싫다고 하면 이렇게 말해주어야겠다. 너는 갓난아기 때부터 네 이름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불렀다고. 그러니 그 이름 말고 무슨 이름을 지을 수 있었겠냐고.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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