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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귀가 둘인 이유

등록 2015-06-28 19:05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아침에 어머니가 전화를 했다. “얘야, 어지러워서 일어날 수가 없구나.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이비인후과에 모시고 갔더니 이석증이란다. 귓속 반고리관 안에 든 돌이 제자리에서 벗어나 림프액을 휘저어서 생기는 어지럼증이다. 세상은 멀쩡한데 어머니 혼자서 산사태를 겪으신 거다. 어떤 이들은 고흐가 자기 귀를 자른 것도 정신병 때문이 아니라 메니에르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귓속 림프액이 증가하여 난청, 이명, 구토, 현기증, 귀가 꽉 찬 느낌, 발작 같은 증상을 불러일으키는 병이다. 그는 혼자서 대홍수를 겪고 있었던 거다. 귀는 바깥의 소식과 사연을 들으라고 있는 것인데, 어떤 귀는 제 안의 소식과 사연을 듣는 데에만 분주하다. 아프거나 고장 난 귀다. 지난주엔 세월호와 메르스로 인한 슬픔과 고통의 와중에서 대통령 홀로 거부권을 행사하며 화를 냈다. 온 국민이 격리된 환자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남편과 딸의 편지글에 눈물을 흘리는데, 대통령은 여당 원내대표를 지목해서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분은 어떤 소식을 듣고 있는 걸까? 귀가 둘인 이유는 소리가 난 방향과 거리를 짐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스테레오와 비슷한 원리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니, 이 말도 사정에 맞지 않다. 이 속담은 그 말로 지목되는 이가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힐난이지만, 적어도 그 사람은 한 귀로 듣기는 했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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