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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낙타와 바늘구멍

등록 2015-06-14 20:31수정 2015-06-14 20:31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 예수의 유명한 비유다. 유산계급에 대한 격렬한 비판을 담은 말인데, 요즘은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란 광고가 히트한 게 2001년이다. 2000년 만에 가치관이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부자가 천국에 못 가는 게 아니라 부자가 된 지금이 천국이라는 얘기다. 본론은 쏙 들어가고 나자 비유만 남았다. 낙타가 밧줄의 오역이라는 게 정설이긴 하지만, 나는 이 비유가 더 마음에 든다. 바늘구멍을 향해 돌진하는 불굴의 낙타라니, 멋지지 않은가? 제 몸을 바늘구멍에 욱여넣으려 드는 낙타라니, 그야말로 파이팅이다. 그런데 메르스 때문에 애먼 낙타가 고생하기 시작했다. 본 적도 없는 낙타를 접촉해선 안 된다고, 낙타 고기나 낙타 젖을 먹어선 안 된다고 난리다. 이 안내문을 유포한 보건복지부의 무의식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메르스가 이렇게 퍼진 것은 방역망이 허술해서가 아니야. 우리는 촘촘하게 잘 막았는데, 저놈의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해서 들어온 거라고! 예수의 이야기를 들은 제자들이 물었다. “그렇다면 누가 구원을 받겠습니까?” “사람은 못 해도 하느님은 할 수 있다.” 그래, 낙타가 들어온 거 맞다고 하자. 그런데 저 낙타를 바늘구멍에 넣는 일, 보통사람들은 못해. 구멍을 대문짝만하게 만들 수 있는 초능력 혹은 무능력을 가진 사람만 가능해.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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