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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사용설명서

등록 2015-06-09 18:49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새벽에 요의를 느껴 졸린 눈으로 화장실에 갔다. 변기 뚜껑을 열자 뚜껑 안쪽에 커다랗게 인쇄한 글이 붙어 있었다. “사용 후 뚜껑을 꼭 닫아주세요. 오빠 잊지 마세요. ♡♡♡”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려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자주 어기자 아내가 아예 사용설명서를 붙인 모양이다. 변기에서 소용돌이치면서 물이 내려갈 때에는 물방울이 공기 중으로 수 미터나 치솟는다고 한다. 수건에서 칫솔까지 오수로 샤워를 한다니 아내가 기겁할 만도 했겠다. 덕분에 잠이 확 달아났다. 사실 사용설명서는 친절할수록 좋다.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을 보니, 미국에서는 심지어 이런 문구까지 적어놓았다고 한다. “자는 동안은 사용하지 마시오” 혹은 “옷을 입은 채로 다리지 마시오.”(다리미) “살아 있는 동물을 넣고 돌리지 마시오.”(전자레인지) “주의! 이 옷을 입고는 날 수 없습니다.”(슈퍼맨 의상) 꽤나 황당하지만 상식에 어긋나지 않은 문구라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 실제로 황당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나도 가끔 사용설명서를 붙여두고 싶은 이름들을 만난다. “이 음료는 카페에서 팔지 않습니다.”(사대강 녹조라떼) “적이 고등어처럼 작고 떼로 다닐 때에 사용 가능합니다.”(통영함에 장착된 어군탐지기) “이 문은 드나들 때마다 직함이 바뀝니다.”(청와대의 회전문) “이 단체는 5월8일과 무관합니다.”(어버이연합) 뭐 이런 식으로.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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