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교정은 싱그러움으로 넘실댄다. 개나리로 노랗게 물들었던 캠퍼스는 철쭉의 붉은빛, 목련의 고아한 흰빛으로 화사하다. 흩뿌린 봄비에 묻어 날린 꽃비는 학교 여기저기에 모자이크로 남아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꽃잎 흩어져 날린 자리엔 보드라운 연둣빛 잎사귀가 초록빛으로 짙어간다. 해사한 청춘의 웃음이 형형색색 봄옷으로 갈아입은 꽃나무 사이를 가르며 터져 나온다. 학교 옥상에서 내려다본 정경이다. 옥상 한편에 자리잡은 작은 생태정원의 이파리가 봄바람에 일렁인다.
여남은 명은 족히 앉을 자리가 마련된 생태정원엔 피어날 꽃들의 이름과 설명을 담은 안내판이 서 있다. ‘4~5월에 담홍자색(붉은빛을 띤 자주색) 꽃이 피는’ 영산홍, ‘5월에 자색 꽃이 꽃줄기 끝에 2~3개씩 달리는’ 붓꽃, ‘5월에 노란 꽃이 피는’ 노랑꽃창포, ‘6~7월에 꽃이 피며 끝이 깊게 갈라지는’ 상록패랭이, ‘6~7월에 꽃이 피며, 핫도그 모양의 열매를 맺는’ 부들, ‘9~10월에 노란 꽃이 피며 잎은 머위같이 생긴’ 털머위가 살고 있는 곳을 표시해 놓았다. 자상한 설명을 담은 안내판에는 큼지막하게 ‘수생비오톱’이라 씌어 있다.
생각 첫밗에 ‘비오톱’은 붓꽃, 패랭이, 부들, 머위처럼 정겨운 토박이 이름이라 여겼다. 알고 보니 외국말이었다. ‘비오톱’(biotope)은 그리스어로 생명을 뜻하는 ‘비오스’(bios)와 땅 또는 영역을 뜻하는 ‘토포스’(topos)가 결합한 용어로 특정한 식물과 동물이 하나의 생물공동체를 이룬 서식지를 의미한다.(서울시 도시계획용어사전) 이 용어는 1999년 6월 “서울시 ‘비오톱 지도’ 제작, 환경 보존 강화”를 다룬 기사에 처음 나온다. 이보다 앞선 1995년엔 ‘환경부가 인공적으로 생물서식공간(비오토프)을 만들기로 했다’에서처럼 ‘비오토프’가 등장한다. ‘비오톱’이 훨씬 많이 쓰이지만 규범에 따라 표기하면 ‘비오토프’가 맞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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