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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징크스 / 강재형

등록 2015-04-05 19:32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첫 주 전적을 두고 각 팀의 희비가 엇갈린다. 겨울철 혹독한 담금질로 기대를 모은 팀,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우승 후보, 뚜껑 열린 신생 구단의 실전 기록 분석은 경기장 밖의 또 다른 재미를 자아낸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제 기량을 다하기 위해 나름의 징크스를 피한다는 얘기는, 믿거나 말거나,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은다.

메이저리그에는 오랜 역사에서 비롯한 유명한 징크스가 있다. 1945년 이후 이어져 오는 ‘염소의 저주’(시카고 컵스), 2004년 86년 만에 우승하면서 비로소 깨진 ‘밤비노의 저주’(보스턴 레드삭스)가 대표적이다. 일본에서는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우승하면 경기가 나빠진다’처럼 특정 팀의 성적과 경제를 연관 짓기도 한다. ‘2년차 징크스’(소포모어 징크스, sophomore jinx)는 나라와 분야를 떠나 두루 쓰인다.

징크스(jinx)는 재수없는 것, 불길한 것, 불운을 가리키는 영어에서 왔다. ‘목을 뱀처럼 180도 비트는 고대 그리스의 흉조(jynx) 이름에서’, ‘나팔소리 때문에 모자를 떨어뜨린 기병대장 징크스를 노래한 가사에서’ 유래했다는 게 알려진 어원이다. 유력한 설은 뒤의 것이다. 히트한 노래 덕에 유명해진 ‘징크스’가 댄스곡, 드라마, 소설 제목에 쓰이면서 널리 알려졌고 미국 표준영어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영어위키)

지난주 한 방송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낡은 티셔츠를 입어야 잠이 온다”고 하니까 진행자가 “아, 징크스!”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어원과 일반적인 쓰임에 따르면 적절한 맞장구가 아니다. 국어사전 뜻풀이는 ‘재수 없는 일. 또는 불길한 징조의 사람이나 물건’이고 국립국어원은 이 표현을 ‘액(厄)’, ‘불길한/재수없는 일’로 다듬어 쓰기를 권한다. ‘경고 조치를 받은 사람이 당선된다는 속설에 비춰보면 경고 처분은 징크스보다 오히려 길조에 가깝다.’ 의사협회장 선거를 전망한 업계 전문지의 기사는 징크스의 뜻을 제대로 밝혀 쓴 셈이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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