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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문어발 / 강재형

등록 2015-03-29 18:46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의 웬만한 정보·오락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는 게 있다. 음식을 먹거나 요리하는 법을 보여주는 방송, 이른바 ‘먹방’이다. 기본 시청률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먹는 정보에 대한 관심은 방송의 것만이 아님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오징어의 이모저모를 다룬 뒤 참으로 많은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학계와 수산업계, 국어사전 등이 제각각으로 다루고 있는 오징어 종류의 표준 명칭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 ‘제주도의 반건조 오징어를 준치라고 하는데, 한치와 관계있는 것인가’처럼 명칭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오징어 다리’와 ‘문어발’의 차이를 묻는 이도 있었다.

별생각 없이 말하고 무심히 듣던 연체동물의 다리(발)를 곰곰이 짚어 보았다. 오징어에는 ‘다리’, 문어에는 ‘발’이 붙는 게 자연스러웠다. ‘세(細)발 낙지’는 발이 가늘어서 나온 이름이다. ‘오징어+발’, ‘문어+다리’라 하면 안 되는 걸까. “오징어는 걷지 않고 물에 떠 헤엄친다. 문어는 발을 움직여 바닥을 기어 다닌다. ‘-다리’와 ‘-발’의 차이는 여기서 비롯한다”는 그럴듯한 주장도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오징어 다리’(58만9천개), ‘오징어 발’(62만8천개)의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문어발’(44만5천개), ‘문어 다리’(25만9천개)는 그렇지 않았다.(구글 검색) 마땅한 답은 없을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쓸 만한 게 나왔다.

사전은 ‘발’의 1번 뜻으로 ‘사람이나 동물의 다리 맨 끝 부분’, ‘다리’의 3번 뜻으로 ‘오징어나 문어 따위의 동물 머리에 여러 개 달려 있어, 헤엄을 치거나 먹이를 잡거나 촉각을 가지는 기관’을 제시한다. 뜻풀이에 기대어 정리하면 ‘오징어/문어/주꾸미/꼴뚜기…’에는 ‘다리’가 어울린다. 그렇다면 ‘문어발’은 무엇인가. 뜻풀이 ‘문어의 발처럼 여러 갈래로 나눔’은 ‘문어의 다리’를 적시해 설명하지 않는다.(표준국어대사전) ‘문어발’은 ‘문어발 확장’, ‘문어발 인맥’, ‘문어발배당’에서 보듯 비유적인 표현인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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