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칭 보조어간을 남발해 ‘사물 존대’하는 것 못지않게 거슬리는 표현이 있다. 자신을 높이는 ‘뻔뻔한 화법’이다. 사기업 직원은 물론이고 공무원, 국회의원 중에도 그런 사람이 많다. 적어도 ‘민의를 대변’한다는 의원들에게는 쓴소리 한마디 해 주고 싶다.” 지난 2주에 걸쳐 선어말어미 ‘-시-’의 오남용을 짚은 뒤 받은 독자 의견이다. 이런저런 모임에 참석하거나 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소개할 때 “안녕하십니까, ○○○ 의원입니다” 하는 게 마뜩잖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우리 언어예절에 비추어 따지면 독자의 말처럼 ‘뻔뻔한 사람’이란 핀잔 받을 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직함을 이름 앞에 넣어 말하면 높이는 것이 아니지만 직함을 이름 뒤에 넣어 말하면 높이는 것이 우리 전통 예절’이다.(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 ‘(국회)의원 ○○○입니다’, ‘총무부장 ○○○입니다’ 하는 게 바른 표현이고 자신을 ‘○○○ 의원입니다’, ‘○○○ 총무부장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은 스스로를 높이는 야릇한 표현이 되는 것이다. 국어원이 펴낸 <표준언어예절>에서도 “이름을 앞에 두고 뒤에 직함을 붙여 ‘○○○ 부장입니다’라고 하면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했다. ‘예의에 어긋난다’는 뜻을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표현으로 에둘러 밝힌 것이다.
직함은 ‘벼슬이나 직책, 직무 따위의 이름’이다. 사장, 부장, 시장, 장관, 도지사, 감독, 아나운서 등처럼 국회의원도 직함의 하나이다.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의 전자우편을 받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란다’는 덕담과 ‘○○○ 올림’이란 끝인사가 생뚱맞아 보였다. 편지 목록에 뜬 제목이 ‘○○○ 의원입니다’였고, 첫인사도 ‘○○당 ○○수석부의장 ○○○ 의원입니다’인 탓이다. 인사할 때는 ‘(○○당) 국회의원 ○○○입니다’, 정당과 직위를 밝힌 뒤라면 ‘○○당 ○○수석부의장 ○○○입니다’ 하는 게 옳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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