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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시- ② / 강재형

등록 2015-01-18 18:55

새색시가 시아버지께 아침 인사를 했다. “아버지, 잘 잤나요?” 시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님’과 ‘시’를 붙이면 존댓말이 된다”는 신랑의 말을 듣고 밤새 연습한 새색시, 이튿날 환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아버님 대갈님에 검불님이 붙으셨어요.” 오래된 우스개다. 옛날이야기 속의 이런 일이 요즘에도 널려 있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거스름돈 800원이십니다” 따위의 말이 꼭 그 짝이다.

‘사물 존대’를 꼬집은 기사는 2006년부터 등장한다. 그릇된 높임말의 역사가 십년 가까이 된 셈이다. 찻집이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선어말어미 ‘-시-’의 오용은 “체납세가 있으십니다”처럼 공무원 사회에도 만연해 있다. “점원에게 잘못을 일러주는 것도 지쳤다”는 볼멘소리가 그치지 않지만, “사물 존대를 하지 않았다고 ‘무시당했다’며 항의하는 손님 탓에 조심스럽다”는 변명도 없지 않다.

해마다 ‘고객 응대 문안’을 국어전문상담소에 의뢰해 감수받는 백화점이 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우리말 바로쓰기 캠페인’을 펼치는 곳도 있다. 해당 백화점을 찾아보니 여느 곳보다 낫긴 하지만 ‘사이즈가 없으시다’ 같은 표현은 여전했다. 손님에게 바른 존대어를 쓰자는 취지와 현장의 상황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괴상한 높임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소비자주권운동’을 들 수 있다. 손님들이 점원의 그릇된 높임말을 정중하게 바로잡아주는 것이다. 사물을 높이는 화법 탓에 소비자가 대접받지 못하는 풍토를 바로잡기 위한 시민운동이다. 여의치 않으면 불매운동을 할 수도 있겠다. 커피 체인점 등의 ‘고객 응대 화법’을 다듬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업체는 ‘표준 언어 예절’을 지키도록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에 앞서는 것이 화법 교육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반듯한 우리말을 하는 게 상식인 사회가 되면 절로 이루어질 일이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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