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취나물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각시취는 잎이 갈라진 모양이며 9월쯤 보라색 꽃이 핀다. 곤드레나물이라 부르는 고려엉겅퀴와 꽃이 비슷하다. 수리취는 잎 뒷면이 흰색이어서 흰취라고도 한다. 개미취는 잎이 길쭉하고, 단풍취는 새순의 잎 가장자리에 솜털이 보송보송하다. 미역취는 잎이 작고 국을 끓이면 미역 맛이 난다. 바위취는 잎이 두껍고 털이 나 있다. 기름에 튀겨 먹거나 장아찌를 담그기도 한다. 백석의 시 ‘여승’에서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게 흔히 취나물이라고 부르는 참취다.
“깊은 산속에 아기 곰이 뒤뚱뒤뚱 걸어가고 있었대/ 땅바닥에 아기 곰 발자국이 찍혔대/ 너무너무 예쁜 발자국이었대/ 얼마나 예쁜가 보자고/ 얼마나 예쁜가 보자고/ 숲속의 식물들이 너도나도 구경을 왔대/ 그때 아기 곰 발자국에 반한 식물 하나가/ 아기 곰의 뒤를 따라가 보기로 마음을 먹었대/ 그런데 발자국을 따라 숲속을 가도 가도/ 사랑하는 아기 곰을 만날 수 없었대/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자 그 식물은 자취를 감췄대/ 그 이듬해 그 식물이 사라진 자리에/ 아기 곰 발바닥처럼 생긴 취나물이 돋아 올랐대/ 이 나물을 사람들은 곰취나물이라고 불렀대”
강원도 양구 출신인 후배 이한철은 해마다 자기 고향의 특산물인 곰취를 택배로 보내준다. 염치없이 얻어먹는 게 미안해서 ‘곰취나물’이라는 동시를 한 편 써본 것이다. 곰취는 쌈을 싸도 좋고 장아찌를 담그면 맛이 그만이다. 양구군에서는 5월 중순께에 곰취축제를 연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