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뵌 적이 없어도, 삐까번쩍한 명함을 내게 건네지 않았어도 우러러뵈는 분이 있다. 최일남 선생이다. 소설가, 기자, 논설위원 같은 말보다는 그저 그 함자 뒤에 가만히 ‘선생’이라는 말을 덧붙여 불러보고 싶은 분이다. 선생은 어디 얼굴을 드러내거나 완장을 차는 일을 원체 싫어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민족문학작가회의가 한국작가회의로 이름을 바꾼 뒤에 첫 이사장을 맡으셨을 때 나는 적잖이 놀랐다. 진보든 보수든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어디든 때가 끼고 소란스럽기 마련인데 조용히 지내던 어른을 저잣거리에 모신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되었던 것. 하지만 선생은 소리 없이 임기를 마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세상을 응시하고 계신다. 80년대에 소설집 <누님의 겨울>을 읽을 때, 작가가 도시화의 그늘을 찬찬히 응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의 신문 칼럼도 큰소리로 외치거나 주먹을 내지르는 대신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기는 것 같은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다. 글쓴이의 숨소리와 발소리가 들리는 문장. 그리하여 독자의 살 속에 다복다복 들어와 박히는 문장. 선생은 우리말 하나하나를 명주 수건으로 닦아 미천한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작정하신 분 같다.
언젠가 직접 전화를 주셨는데, 이유인즉 내가 쓴 글에 들어 있는 ‘완산칠봉’이라는 말을 발견하고 반가워서였다고. 그때는 참 철없는 어린아이 같았다. 서울에 계시지만 고향 전주를 떠나지 못하고 계신.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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