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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전교조 탄압하는 ‘법외정부’ / 오동석

등록 2013-10-23 19:07수정 2013-10-29 12:15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용노동부가 해직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문제 삼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의 밖으로 쫓아내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지 않아도 노동인권은 법 밖으로 추방된 지 오래다. 대법원은 경영권을 헌법적 권리로 승격시키고 노조의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여함으로써 파업권을 무력화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정리해고가 난무하여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입법·행정·사법 및 자본에 의한 이중 삼중의 족쇄가 노동자들에게 채워졌다.

전교조에 대한 이번 탄압은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침해이기도 하다. 전교조의 활동은 교원의 근로조건 개선에 머무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서 중앙정부의 획일적 교육정책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시점이다. 내년 교육감 선거까지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을 법하다.

교원의 노동삼권이 부정된 것은 5·16 쿠데타 이후이다. 1953년 3월8일 제정된 노조법은 ‘현역군인, 군속, 경찰관리, 형무관사와 소방관사’에 대해서만 노조 가입을 인정하지 않았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차원에서라도 국회와 정부는 교원을 비롯한 공무원의 노동삼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할 헌법적 책무가 있다. 국제 문서들도 교원단체가 교육정책 결정에 관여하고 단결권을 보장받아야 함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교원노조는 정부로부터 그 구성 및 활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받아야 한다. 정부가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교육의 자주성마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 자격의 문제는 최대한 노조의 자체 판단에 맡겨야 한다. 해고자를 배제하는 경우 사용자가 해고를 활용할 수 있어 노조의 단결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설령 법률에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교원 개념은 헌법에 합치하도록 해석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도 산별노조의 경우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중인 자도 노동삼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그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다른 산별노조와 비교하더라도 불합리한 차별이어서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

따라서 고용부 시정명령이 조합원 자격에 관한 교원노조법 2조를 원용한 것은 잘못이다. 일찍이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여러 차례 이 조항의 폐지를 권고하였다. 전교조 규약은 노조법 제21조 시정명령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때 법외노조화할 수 있는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더욱더 적용될 여지가 없다.

서울고등법원은 자격 없는 조합원이 참여하여 노조의 자주성이 실제로 침해되는 경우에만 노조의 지위를 상실한다고 판시했다. 노조의 자주성이 기준이다. 그러지 않으면 단결권에 대한 과잉의 공권력 개입으로서 위헌이다. 해직 조합원의 수도 전체 조합원 수에 비하여 현저히 적다. 고용부의 조처는 정의의 여신상이 가진 저울을 깨뜨린 과잉의 권력 행사이다. 법률의 구체적 위임이 없는 시행령에 근거한 것이기에 또한 헌법 위반이다. 설령 동일한 내용을 법률로 규정한다고 해도 그 법률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정부가 법의 밖에서 헌법 안에 있는 전교조를 탄압하고 있다. 최근의 여러 사안에서 정부는 헌법이 명령한 ‘민주공화’(民主共和)를 버리고 빈껍데기 ‘민주공화’(民主空化)를 부여잡았다. 서로 존중하고 연대하며 함께 살고자 하는 이들의 열망을 저버림으로써 불법의 벼랑 끝에 서 있다. 정부는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지하고, 노동을 비롯한 현안 문제를 헌법의 관점에서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국민의 최후통첩이라고 생각한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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