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엠비정권보다 수준이 낮아진 이유

등록 2013-10-21 18:39수정 2013-10-22 16:02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민주당은 대화록 얘기가 나오면 화들짝 놀라고 댓글 얘기가 나오면 호들갑을 떤다. 불복의 마음이 아직 마음속에 그렇다. 저급한 정치공세는 없어져야 한다.”(정우택 최고위원)

“민주당이 국정원 관련 집회를 열어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까지 무분별하게 지적했다. 대선불복이라는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질적인 거리정치를 일삼고 있다.”(유기준 최고위원)

“사이버사령부 얘기도 당사자에게 물어보니 연제욱 비서관은 추호도 지시받은 적도 지시한 적도 없다고 한다. 철저하게 개인적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지 조직적인 것은 없다는 것이다.”(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새누리당 사람들의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품격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태의 본질이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대어 야당을 공격하면 그만이다.

국회 기자회견장은 늘 회견과 브리핑으로 북적인다. 언론사별 부스에 있는 기자들도 온종일 회견과 브리핑을 듣는다. 언제부턴가 기자들은 새누리당 대변인들을 지겨워한다. 별 내용도 없이 야당 비방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다른 야당에도 대변인들이 있지만, 목소리의 톤과 표현의 사나움에서 새누리당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능력이 없고 새누리당은 양심이 없다는 풍자가 있다. 아무래도 맞는 것 같다.

문제는 이런 인식과 행태가 청와대, 검찰, 경찰, 국정원 등 행정부의 주요 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발견된다는 점이다.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잇단 ‘엔엘엘 공세’,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서 현 정권을 맹목적으로 ‘보위’하려는 법무부와 일부 검찰 간부들의 수사통제 기도가 그 증거다.

집권세력 인사들은 자신들의 이런 행태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자신들끼리 술집에서 야당에 대한 비아냥을 주고받으며 키득거린다고 한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합리적 보수’의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지금 사라졌거나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두 가지 설명이 있다.

첫째, ‘2007년 유래설’이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이명박 세력과 박근혜 세력으로 양분됐다. 실용주의 노선을 취한 사람들이 이명박 쪽에 섰다. 이념적 소신은 강하지 않지만 능력이 앞선 사람들이었다. 임태희, 박형준, 박재완, 곽승준 등 청와대 인사들이 대체로 그랬다. 박근혜 쪽은 이념적 소신과 충성심이 강하지만 역량은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현재의 집권 실세를 형성하면서 정권 전체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누구인지 새누리당 관계자들에게 물어보았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의 친박 실세들, 최경환·윤상현 의원 등 당내 친박 실세들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둘째, ‘보스 유래설’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의심이 많고 겁도 많은 사람이다. 따라서 참모들이 보스를 별로 어려워하지 않았다. 반면에 박근혜 대통령은 카리스마가 강해 참모들에게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더 심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확실히 ‘이유를 묻지 않고 돌진만 하는’ 돌쇠형 정치인과 관료들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하기도 한다. 이런 보스 밑에서 합리적 보수 성향의 인재들은 점점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박근혜 정권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정권은 당내 친박세력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나 집권세력 내부의 그런 갈등 덕분에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하면 박근혜 정권은 지나치게 일사불란하다. 나중에는 그게 바로 약점이 될 것이다. 지금 야당 지지자들은 가슴속에 분노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이렇게 될 것 같다. 현 정권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추진할 의지가 부족하고 능력이 없다. 따라서 틈만 나면 종북 논란을 일으킬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엔엘엘 포기 논란과 이석기 의원 사건을 또 끄집어낼 것이다. 그리고 역풍을 맞을 것이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이대로면 식물 대통령, 자진사퇴, 탄핵뿐이다 1.

이대로면 식물 대통령, 자진사퇴, 탄핵뿐이다

“북한은 중국의 잠재적 적” 하지만 헤어질 수 없다 2.

“북한은 중국의 잠재적 적” 하지만 헤어질 수 없다

다시 전쟁이 나면, 두 번째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연철 칼럼] 3.

다시 전쟁이 나면, 두 번째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연철 칼럼]

[사설]“김영선 해줘라” 윤 대통령 육성, 수사로 밝혀야 4.

[사설]“김영선 해줘라” 윤 대통령 육성, 수사로 밝혀야

윤-한 회동, ‘두 검사’의 잘못된 만남 [아침햇발] 5.

윤-한 회동, ‘두 검사’의 잘못된 만남 [아침햇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