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은 오랫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대변인을 했다. 그러나 그의 가장 중요한 신체 기능은 ‘입’이 아니라 ‘귀’에 있었다. 청와대 4년과 봉하마을 1년, 모두 5년 내내 노 전 대통령에게서 한 치도 떨어지지 않은 채 대화를 듣고 기록했다. 노 전 대통령도 그에게 이런 주문을 했다. “더도 덜도 말고 자네가 본 대로 쓰게. 덧붙일 필요도, 일부러 뺄 필요도 없네.”
그런 윤태영이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비공개 어록을 하루에 하나꼴로 올리고 있다. 요즘 세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말들이다.
“독일은 패전국가이면서도 유럽의 질서를 주도하고 있다. 아데나워는 서유럽, 브란트는 동유럽의 문제를 풀었다. 일본은 동쪽의 문제는 풀었지만 서쪽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동북아 문제를 풀어가자.” 2004년 아베 못지않은 우익 고이즈미 일본 총리를 만나 산책하면서 한 말이란다. “1등이 단결하면 중간지대는 못 산다. 그 사회가 심각해진다. 약한 사람들을 따돌리면 안 된다. 안방이 단결하면 머슴이 괴롭다.” 요즘 용어로 치면 갑의 횡포에 일침을 놓는 말이다.
윤태영은 자신의 기억도 적어놓았는데, 최근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과 겹친다. “2003년 초, 첫 조각으로 탄생한 국무회의가 몇 차례 진행되었을 무렵, 대통령이 국무회의의 전 과정을 생중계하자고 제안했다. 어떤 의제가 어떤 방식으로 논의되는지 국민들에게 직접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또 노 전 대통령은 업무시간 중 통화 내용을 부속실 직원들로 하여금 기록하게 했고, 심지어는 밤중에 관저에서 한 전화도 다음날 아침 부속실 직원에게 통화한 상대와 내용을 소상하게 이야기해주었다고 한다.
윤태영은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자 몇 날 며칠 밤을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난폭하게 마시며 괴로움을 달래다 크게 앓아누웠다. 기력을 회복해 다시 세상에 나온 게 최근이다. 내년 5주기에 맞춰 ‘참여정부 비망록’을 낼 계획이라고 한다.
김의겸 논설위원 kyum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