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조지 오웰의 <1984>는 술술 읽히진 않았다. 첫째, 쇼킹하지 않았다. 소설 속 1984년의 ‘빅 브러더’? 1984년의 전두환은 ‘리얼’이었다. 둘째, 나는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더 인상 깊게 읽었다. <1984>의 사회는 음울하다. 양심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없다. 불만은 있지만 감시 때문에 말을 못한다. 악동 헉슬리가 그린 <멋진 신세계>는 밝고 세련됐다. 역사는 끝났다. 완성되었다. 대안이 없으니 불만도 없고, 불만이 없으니 감시도 없다. 혹시나 다른 목소리를 내도 잡아갈 필요가 없다. 모두가 비웃고 만다. 다들 행복하단다. 어쩌면 이상적인 사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이 유토피아가 ‘빅 브러더’보다 섬뜩하다. 곧 다가올까 무섭다. 내가 유난을 떠는 걸까?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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