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호 미디어연구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격언이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격투스포츠 세계챔피언들에게만 부여되는 ‘영장류 최강의 사나이’라는 호칭을 받아 마땅한 분이 바로 문화방송(MBC) 김재철 사장일 것이다.
매일같이 터지는 새로운 화제몰이 속에 이제는 다들 잊었을지도 모르겠는데, 불과 올해 상반기에는 문화방송을 위시하여 한국방송(KBS), 와이티엔(YTN), 연합뉴스까지 동시다발적 파업이 있었다. 이들에게는 공정보도에 대한 언론규범, 정권이 아닌 사회의 발전을 위해 움직이는 공공적 가치를 훼손당하는 굴욕을 더 이상 참기 힘들어 일어났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편성 방해, 보도 훼손, 문책성 인사 등에 대한 저항은 4월 총선이라는 정치적 해법의 시즌을 앞두고 더욱 불타올랐다.
물론 현실은 당연하게도, 만만치 않았다. 총선은 정권세력이 공영언론을 마음껏 주무르는 것이 가능한 기존 언론정책을 그대로 가져가겠다고 공언한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정권의 힘으로 배치했던 이사진과 임원진도 그대로 버텼다. 사장님의 경험치가 +1 올라갔다.
그 뒤에도 계속된 문화방송 노조의 싸움 속에서 각종 프로의 시청률은 추락하고, 미숙한 대체인력을 투입한 올림픽 보도의 품질은 방송사고의 경계선을 넘나들었다. 사장은 편향된 보도 개입 같은 규범적 문제뿐만 아니라 이런 식의 경영 실패, 그리고 여기에 의심스러운 용도의 법인카드 사용 등도 드러나면서 사장으로서의 전문성과 품격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전문성과 품격은 애초부터 그에게도, 그를 세운 정치세력한테도 관건이 아니었다. 이사진의 3분의 2가 정권의 의지를 반영하는 방송문화진흥회는, 그가 국회 청문회를 거부하든 어떻게 하든 무한한 사랑으로 그를 내버려두었다. 사장님의 경험치가 +1 올라갔다.
문화방송 노조가 무려 170일간 지속된 파업을 풀었던 배경은, 국회 합의에 의하여 8월에 새로 바뀔 방문진 이사진이 경영평가 등을 통해 사장 해임을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전망이 아니라, 여당 핵심 리더의 “복귀하고 나면 모든 문제는 순리대로 풀리게 하겠다. 노조가 명분을 걸고 들어오면 나중 일은 제가 책임지고 하겠다. 당을 설득하겠다” 같은 공식 발언이 있었기에 현업 복귀를 선택했다.
그런데 박근혜 의원에게 약속은 헌신짝만큼의 가치도 없었기에, 어렵사리 성사시킨 국정감사에서 아무 역할에 나서지 않았다. 나아가 박 의원의 대선 캠페인을 책임지는 김무성 본부장은 여당 쪽 이사와 직접 통화하여 11월 방문진 이사회에서 제기된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켰다. 사장님의 경험치가 +1 올라갔다.
유감스럽게도 이 사회에서 생존력이란, 전문성이나 품격 같은 것에서 나오는 부분보다는 진영 선택에서 나오는 부분이 크다. 직종이 요구하는 전문성과 규범보다는, 자리를 보전해주는 이들의 진영에서 요구하는 주문사항을 처리해주는 고객맞춤형 감동서비스가 더 중요하다. 하필이면 고객이 정권세력이고 그것을 들어주는 이가 지상파 공영방송의 사장이며, 그들이 원하는 감동서비스가 노골적인 친정권 편파 보도일 따름이다.
생존력 강한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고, 이런 생존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시민들이 선거든 시민운동이든 뭐든 자신들에게 주어진 모든 수단들을 통해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하여, 고객을 시민 일반으로, 감동서비스를 공적 사안의 공정보도로 바꿔내는 공영방송 거버넌스체제 개혁을 강제하는 것만이 해법이다. 그 전까지는, 사장님의 경험치는 앞으로도 많이 올라갈 것이다.
김낙호 미디어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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