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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석구 칼럼] 문재인·안철수, 무얼 얻고 무얼 잃었나

등록 2012-11-19 19:55수정 2012-11-20 15:26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지난 14일 중단됐던 야권 단일화 협상이 중단 닷새 만인 어제 재개됐다. 이유야 어찌됐든 후보 단일화 시한이 촉박한 상황에서 샅바싸움을 하느라 시간을 흘려보내며 국민에 실망을 안겨 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그 기간이 꼭 허비된 것만은 아니었다. 협상 중단에서 재개까지의 긴박했던 닷새는 두 후보가 보인 말과 행동을 통해 그들을 압축적으로 평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사태의 주연은 단연 안철수 후보였다. 그는 14일 오후 협상 중단 선언 이후, 16일 오전 정치혁신을 촉구하며 민주통합당을 강하게 압박했고, 이해찬 대표 등이 사퇴한 18일 문재인 후보와 만남을 제안해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시작과 마무리를 사실상 안 후보가 주도한 셈이다.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판을 흔들면서 정치 신인한테서는 보기 힘든 정치력을 발휘했다. 그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허를 찌르며 국면을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무언가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신속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은 정치 지도자한테는 중요한 덕목이다.

정치쇄신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하고, 이를 최대한 밀어붙여 일정 부분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는 점도 안 후보로서는 소득이다.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총사퇴가 정치쇄신의 본질은 아니어도 민주당 개혁을 향한 중요한 전기가 될 수는 있다. 안 후보는 이를 통해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 나선 명분인 새정치와 정치혁신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이번 대선에서 ‘왜 안철수인가’라는 이유를 국민에게 재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지난 닷새는 그에게 의미 있는 기간이었다.

하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다. 민주당에 비해 조직이 절대적 열세인 무소속 후보인 탓도 있겠지만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듯한 모양새는 곱지 않게 비쳤다. 마치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너무 원칙을 고수하는 것처럼 비친 것도 문제였다. 원칙주의자란 말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표현이지만 자칫 앞뒤가 꽉 막힌 고집쟁이란 말이 될 수도 있다.

문 후보는 이번 사태를 통해 대인배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안 후보가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진심으로 그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안 후보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거듭 사과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려는 적극적 자세로 임했다.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안 후보 쪽에 단일화 방식의 결정을 맡기겠다’는 통큰 양보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첨예한 갈등이 생겼을 때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는 것은 정치 지도자로서 큰 장점이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투명하게 밝힌 점도 그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 그는 단일화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시간적 제약 속에서 단일화 협상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욕심 없는 맑은 영혼의 소유자란 점을 부각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다. 긴박했던 닷새 동안 드러난 그의 언행을 볼 때 문 후보가 적어도 인간적인 측면에서는 흠잡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선의 화두로 떠오른 정치쇄신에 대해서는 주도적인 구실을 하지 못했다. 정치쇄신이란 게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현실적 제약이 있긴 하지만 너무 소극적이었다. 세력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민주당을 제대로 혁신해 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셈이다. 또한 민주당 지도부 사퇴도 뒤늦게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수족을 잘라내야 하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할 때 과연 문 후보가 제대로 결단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했다.

조만간 두 후보 쪽은 단일화 방식을 확정하고 단일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위기의 순간에 두 후보가 보인 말과 행동은 국민이 단일 후보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 잣대가 될 것이다.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낡은 정치를 확 뒤집을 후보를 선택할지, 아니면 좀더 안정적이고 믿음직한 후보를 선택할지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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