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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광장] “미군 감축 국면 타당성 잃은 ‘키 리졸브’ 재검토를”

등록 2012-01-17 20:33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선택 2012’- ③ 한반도
전문가들이 말하는 당면과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지난해까지 매년 전문가 심층조사를 모두 7번 했다. 그때마다 던졌던 질문이 북핵 6자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것이었다. 올해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둘 다 매우 부정적이다. 2012년 한반도 정세는 불안함과 불확실성일 것이다. 바깥에서 보기에 북한의 후계 승계는 불안하다. 북한이 보기에 온통 선거 등 정권교체를 앞둔 바깥세계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그럴수록 남북이 무엇을 할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의 시점에서 대결과 불신을 넘어 화해와 협력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과제를 기고로 짚어봤다.

군사분야

북한 권력승계 상황서 불안 야기…핵안보정상회의와도 모순

북한에 대한 강압적인 봉쇄정책을 추종하는 우리 정부 내의 보수주의자들은 고민이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기회로 그들은 외교적으로는 6자회담과 남북교류를 중단시키고, 군사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행동을 의미하는 ‘적극적 억제전략’, 북한 붕괴 시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는 ‘개념계획 5029’라는 ‘급변사태 대비계획’을 만들어서 북을 굴복시키려 했던 것이다. 북의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위협을 가하는 것이 북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벼랑 끝에 내몰린 북한이 고분고분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하게 반발하면서 남쪽의 안보 불안 부담이 가중되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벼랑 끝으로 가는 북한을 그 옆의 완만한 언덕으로 안내하는 외교적 경로를 잃어버린 결과였다.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실시되는 키 리졸브 등 한-미 군사연습을 앞두고서 강경 보수주의자들의 당혹감이 읽혀진다. 작년에 정부는 이 훈련을 앞두고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을 연습함은 물론이고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한 대비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핵·미사일 제거훈련도 실시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지난 1월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은 “지상군 병력을 감축하면서 2개의 전쟁전략을 포기한다”는 것이었고, 그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 규모는 10만~20만명 정도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69만명의 증원군을 전제로 한) 작전계획 5027이 수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미국의 전시증원군 전개 연습이라 할 수 있는 이 훈련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북한의 급변사태라는 상황 가정이 전혀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북한이 혼란과 위기로 가는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주변국들이 일제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주문하면서 상황은 안정되고 있다. 결국 군이 이제껏 이 훈련을 설명해온 논리적 명분과 타당성이 모두 반감된 채 오직 북한을 자극하는 형식적 훈련이 될 가능성이 커져버렸다.

그러나 이 훈련이 그 직후부터 몰고 올 안보 부담의 크기는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 훈련이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위협이라고 인식한 북한이 거세게 반발하게 되면 50개국 정상이 참여한다는 3월 말의 핵안보정상회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통상 6월께 개최되었던 이 정상회의가 3월 말로 시점이 결정된 것은 4월 총선을 의식한 현 정부가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상회의를 활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정치적 계산은 이 정부에 엉뚱하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했다. ‘서울 불바다’와 같은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50개국 정상이 북한의 장사정포 코앞에 있는 영종도 공항으로 들어온다? 게다가 북한의 전자전 수준은 미국의 무인정찰기를 나포한 이란에 버금가는 제3세대를 넘어서고 있다. 언제든 영종도 공항은 그 사정거리 안에 있다. 그렇게 위험이 고조된 상황에서 비핵화를 다루는 국제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은 현 집권당에는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남과 북은 모두 안보 불안이 최소화된 상황에서 각자 체제 안정과 선거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3월에서 4월로 이어지는 한반도 정국은 정치적으로는 평온하지만 군사적으로는 수많은 암초가 수면 아래 도사리고 있는 아주 위험한 바다가 될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남북관계의 새 판을 짜겠다던 정부는 이 위험한 바다를 어떻게 항해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지금이라도 고민해야 한다. 그저 계획된 훈련에 기계적으로 끌려가서는 핵안보정상회의는 북한의 볼모가 될 수도 있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상호신뢰할 수 있는 조처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남북경협

북한경제의 중국 종속 막으려면 5·24조처 해제로 경협 물꼬 터야

북한의 상황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경제난이 가중될 경우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이 경우 군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체제 결속을 위하여 한반도 긴장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마저 있다. 기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북한은 국방위원회 성명과 각종 매체를 통해 남쪽에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비난의 초점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그 대상을 넓히는 양상이다.

남북관계는 한동안 경색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긍정적인 행보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는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관리, 남북관계의 정상적 발전, 실질적 통일미래 준비를 3대 목표로 정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고위급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며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5·24 대북제재조처 등 모든 현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 여건이 되면 먼저 대화를 제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어느 정도 호응해올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워낙 꼬여서 풀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 발짝 내딛기가 버거운 실정이다. 너무 늦었다는 느낌이 든다. 남북간 신뢰가 깨진 데 비해 이명박 정부 임기 말년에 내놓은 ‘원칙 고수, 유연성 발휘’로는 상황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몇년간 남북이 역주행을 할 때 북한과 중국은 경제밀월의 길을 닦고 있다. 2012년 강성국가 건설과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해서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은 동북 3성의 동해 출로 확보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대북 투자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남의 집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하다가는 통일되더라도 북쪽 지역을 중국에 다 내줘 빈껍데기 통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젠 남북한 당국 모두 통 큰 결단을 내릴 시점이 됐다. 북한을 관리하고 상황을 주도하려면 우리 정부는 발상 전환으로 미래지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정치·군사적 문제보다는 경제협력 사업부터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일 것이다.

우선 질주하는 북-중 경협의 호랑이 등에 우리가 올라탈 수 있는 묘책을 짜낼 필요가 있다. 남북경협 정상화에 대비하여 우리 기업들이 중국과 함께 대북 개발협력에 동반 진출하는 전략이 시급하다. 좋은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나선특구 등 북-중 접경지역 개발에 우리 기업이 능동적으로 참여해나가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북한의 지도부도 경제가 중국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을 우려하여 남쪽 기업의 참여를 은연중에 바라고 있다. 황금평 개발의 경우에 최근 북-중 간에는 중국과 합작한 한국 기업의 전용구역 조성도 합의했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남과 북이 다시 손잡고 경제협력의 물꼬를 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강하게 바라고 있는 5·24조처의 해제를 전향적 시각에서 검토해야 한다. 북한도 진정한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남북의 유일한 연결고리인 개성공단에서 그 해법을 찾는 것도 좋다. 투자제한조처 해제, 숙소 건설 등 개성공단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은 남북간 신뢰 회복과 관계 개선의 중요한 촉매제가 될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5·24조처의 해제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 점차 남북경협의 전반적인 재개로 이어갈 수 있다. 개성공단이 남북경협의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하도록 해야 한다. 개성공단 활성화→ 5·24조처의 전면 해제→ 내륙지역 남북경협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신남북경협사업 등 단계별 전략으로 접근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하루빨리 꽁꽁 언 남북관계를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남북경협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대해 본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


14~1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해외 30여개국 참가자들과 일본의 주요 환경 평화운동단체들이 주축이 돼 열린 ‘탈원전 세계회의 요코하마 2012’ 개막행사에 3번째 기조강연자로 나선 이다 데쓰나리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장이 밑으로부터, 지역으로부터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14~1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해외 30여개국 참가자들과 일본의 주요 환경 평화운동단체들이 주축이 돼 열린 ‘탈원전 세계회의 요코하마 2012’ 개막행사에 3번째 기조강연자로 나선 이다 데쓰나리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장이 밑으로부터, 지역으로부터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일본선 ‘엄마들의 탈원전 혁명’ 진행중입니다”

이다 일본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장

아이 건강 염려 직접 나서 국가 정책 바꿔가려 노력
‘원전 마피아’ 아직도 건재 정치권에선 미적거리기만
원전 없애도 전력난 없어 새 에너지 전략 10년 소요

이다 데쓰나리(왼쪽 사진) 일본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장은 일찍부터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자연에너지에 기반한 새로운 에너지 전략을 역설해 온 전문가다. 14~15일 요코하마에서 열린 탈원전 세계회의의 주역 가운데 하나인 그는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 중앙정부, 관료 사회, 주류 언론은 풍화상태다. 마치 원전사고는 이제 끝났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변화는 시작됐다.”

회의 첫날 기조연설자의 하나로 나선 그는 1년 전 아랍에서 시작된 재스민혁명과 같은 밑으로부터의 변화 욕구가 분출하는 ‘일본판’ 재스민혁명이 시작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엄마들이 스스로 학습을 통해서 국가의 규제와 정책을 바꿔나가는 ‘엄마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이전에 세슘, 베크렐, 멜트다운 이런 말을 누가 알고 있었는가. 그러나 이제 원전 없이도 살아 갈 수 있다고 할 정도가 됐다.”

첫날 30여분간 이뤄진 인터뷰와 폐막 뒤 다시 만나 이번 회의의 의미와 탈원전의 전망에 대해 나눈 얘기를 정리했다.

-얼마 전 일본 정부가 원자력발전소의 운전기간을 원칙적으로 40년으로 하는 법제화를 통해 2050년엔 ‘원전 제로’ 국가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다 일본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장
이다 일본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장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행정절차를 통해 일본 정부와 정치권에서 그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다. 현 정부로는 힘들 것이다. 지금의 민주당 정권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책임자부터 시작해서 관료를 포함해 전혀 사람을 바꾸지 않고 있다. ‘원자력촌’이라고 내가 이름 붙인 폐쇄적인 집단의 사람들(원전 마피아를 의미)이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해 가을에도 끊임없이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고속증식로 몬주의 폐기에 대해 예산상으로나 정책적으로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현재의 일본 정치상황에선 원전 제로의 결단은 불가능하다.

-독일은 원전 폐기의 길을 가고 있는데 왜 일본은 안 되는가?

“정치권과 정부가 독일처럼 원전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해오지 않았다. 독일은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부터 그런 논의가 쌓여왔다. 이미 녹색당이 정권을 잡은 2000년대부터 탈원전 합의가 있었다. 풍력·태양 에너지등 자연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보급돼 이미 국가 전체의 틀에서 새로운 에너지로의 전환이 진행됐다. 일본의 에너지 전략은 이제는 낡은 20세기형이다. 정치인, 정부, 전력회사, 그리고 보수적인 전문가들 모두 20세기적 발상에 머물러 있다. 일본이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 개념에 입각해 탈원전의 에너지 전략으로 가려면 짧게는 5년에서 10년은 걸릴 것이다.

-후쿠시마 이래 전체 원전의 90%가 가동 중단 상태에 있음에도 전력 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인가?

“문제없다. 지금 5기가 가동되고 있다. 앞으로 이들 원전도 정지하게 된다. 겨울보다는 여름의 수요 피크 시점이 고비인데 올여름은 처음으로 모든 원전이 중지된 상태에서 맞게 될 것이다. 정부는 ‘전력 부족 사태를 우려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소장으로 있는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다른 전력설비들로 대처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여름의 순간적인 피크 시간대에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정책이다.”

-이번 탈원전 세계회의는 후쿠시마 이후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라 할 만한데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인가?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다. 이렇게 큰 규모의 회의를 준비하는 데 실제 준비기간은 한달여에 불과했다. 회의가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다. 유료 참가자들에 의한 재원 확보, 30여개국에 이르는 국외 단체 참가자 등 여러 면에서 큰 성공으로 자평한다. 요코하마/글·사진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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