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기업법률포럼 대표(숭실대 교수)와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신경민 <문화방송> 전 앵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왼쪽부터)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바람직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경제연구소-자유기업원 공동기획
직선토론: 자유와 책임 ⑥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내년 봄 주총은 격렬할 것인가?
직선토론: 자유와 책임 ⑥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내년 봄 주총은 격렬할 것인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청와대가 주문하고 한나라당이 동조하며 지난여름을 뜨겁게 달군 논쟁거리였다. 가을바람과 함께 수면 아래로 잠복한 듯하지만 언제든 현안으로 다시 불거져 나올 수 있다. 특히 내년 3월에 열릴 주요 대기업의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태도 변화를 보일지가 큰 관심거리다. 여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미 허용된 의결권마저 제대로 행사하지 않는 것은 ‘배임’이 아니냐는 말까지 하고 있다. 다가오는 주총 시즌에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면 지금부터 토론을 거쳐 어떻게 할지 접점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토론은 10월20일 한겨레신문사 <하니티브이>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전체 토론 내용은 <한겨레> 누리집(www.hani.co.kr)에서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사회: 신경민 문화방송 전 앵커
토론: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전삼현 기업법률포럼 대표(숭실대 교수)
주총서 국민이사 세우고
낙하산 배치 해서는 안돼 -이원재
사회 가장 첨예한 대립은 국민연금의 사명이 무엇이냐는 것 같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자.
이원재 (이하 이) 예를 들어보자. 국민연금이 한진중공업의 지분을 5% 정도 갖고 있다.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회사에서 많은 직원이 정리해고 됐고, 이 때문에 시위를 하고, 여전히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한진중공업에서 일하다 해고된 사람도 국민연금 가입자다. 국민연금 규모가 30~40년 뒤에는 3천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어떤 투자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가입자인 국민의 삶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수익률 때문에 담배나 무기회사에 투자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 기업활동이 국민의 건강이나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사회책임투자 원리를 최소한이라도 투자에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사명은 수익률 극대화뿐 아니라 가입자의 장기적 안정과 복지를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호(이하 김) 그런 것 때문에 의결권 행사에 조심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목표는 합법적 수단으로 추구해야 한다. 그 수단은 국회를 통과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국민연금 의결권을 통해 정책목표를 추구한다면, 환경시설을 더 하라고, 어느 때는 자선기금을 더 내라고 하는 등 여러가지를 편의적 목적에 활용할 것이다. 기업이 의사결정을 그런 식으로 하면 위태로워진다. 국제시장에서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기업의 경영진보다 외부의 투자자가 경영을 잘하는 것처럼 바뀌게 된다면 그 기업은 위험해질 것이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면 대부분의 기업이 공기업화될 것이다.
전삼현(이하 전) 이 문제를 헌법 측면에서 검토해 보자. 헌법 126조를 보면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올해 현대차 및 에스케이(SK)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총수의 이사 선임을 거부했는데, 이는 결국 기업경영을 통제할 목적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런 점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위헌의 여지를 안고 있다.
시장경제 조정자 구실해야
정치권력 직접개입엔 반대 -오건호 오건호(이하 오) 핵심은 정부의 정책목표를 국민연금을 통해 실현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분이 3%인데 100%만큼 역할을 하자는 게 아니고, 그 3%만큼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문제삼으면 오히려 시장원리에 반하는 주장이 된다. 공적 연기금들이 시장경제 체제의 균형자·조정자 구실을 하자는 것인데, 그 역할은 자기가 가진 3% 또는 5%만큼 하는 것이다. 이는 공정한 경쟁이고 공정한 개입이다. 단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도 반대한다. 사회 지금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나 한나라당이 문제삼는 것은 이미 허용된 만큼도 그동안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결권 행사를 얼마나 어떻게 할지로 논의를 좁혀보자. 김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말한 그런 사태가 생긴다. 그는 어떤 전자회사가 스마트폰에 제때 투자를 안 해 아이폰에 밀리지 않았느냐는 말까지 했다. 이는 경영진의 실무적 판단에 대해 의결권이 직접 관여하겠다, 또 해야 한다는 논리를 갖고 말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운용위원들이 정말 전자회사 경영진보다 시장상황을 잘 알 수 있나? 펀드들은 왠만하면 기업의 실무적 의사결정에 관여를 안 한다. 그렇게 해야 수익률이 가장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비슷한 원칙으로 가는 것이 옳다. 이 신한은행 경영권 분쟁 때 큰 목소리를 낸 게 일본인 주주들이었다. 이들의 지분율과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비슷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낸 돈으로, 일본인 주주들은 일본인 돈으로 그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은행장 선임할 때 일본인은 목소리를 내고 실제로 이사를 선임한다. 이사가 있으니 어떤 금융상품을 낼지 말지 등 세부적 의사결정에 개입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 국민은 전혀 개입할 통로가 없다. 이게 정상인지 묻고 싶다. 사회 아까 한진중공업 사례를 들었다. 이런 경우 정말 개입해야 하나? 이 네덜란드에 에이피지라는, 규모가 100조원이 넘는 자산운용사가 있다. 재작년 말께 삼성전자 주주관리(IR) 담당자에게 편지를 보내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직원이 사망한 문제에 대해 해명을 요청했다. 이들이 한국 노동자의 안전사고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연기금이란 자산의 운용성격 때문이다. 즉 자신들이 30년 뒤 상환할 때 이 기업이 영속적으로 경영될 수 있는 기업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경영철학과 태도를 보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사태도 공적 연기금이 보는 태도는 내일이라도 팔 수 있는 개인투자자가 보는 관점과는 달라야 한다고 본다.
사기업을 공기업 만드는꼴
정부가 추천한 인물 파견을 -김정호 김 장하성 펀드는 좋은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만들었으나 이 펀드가 별로 커지지 않고 있다. 투자자가 나선다고 지배구조를 크게 좋게 만들 여지가 별로 없다는 시장의 판단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관여를 해서 크게 좋게 만들 수 있는 여지는 없을 것 같다. 기업의 영속성을 말하는데, 좋은 말이다. 그런데 기업에서 영속성을 가장 많이 생각하는 사람은 오너 아닐까? 자손에게도 물려줘야 하니까 20~30년까지 내다보고 있을 사람들이다. 그러니 기업의 영속성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회 연금의 투자에 정치가 자의적으로 개입하는 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얘기해 보자. 김 관치금융의 폐해를 겪은 뒤 관치는 안 된다는 합의는 이루어진 것 같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보면 금융위원장 출신이 가서 실무를 좌우한다. 현실적으로는 관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기금운용에 관여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무원을 다 빼면 어찌될까? 십중팔구 시민사회 세력, 엔지오에서 경영진이 나올 것 같다. 그 역시 기존 정치권에서는 독립돼 있을지 모르나 정치다. 이 국민연금의 투자가 이미 정치적이었다고 본다. 주요 주주가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은 다른 주주의 결정을 묵인하고 승인하는 것이다. 재벌 총수들은 주주 전체보다는 자신들을 위해서 의사결정을 한다. 이를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 적절하게 합의를 도출해내라고 이사회나 주총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 같은 곳은 총수 자녀들이 지분을 가진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해 이들을 부자로 만든다. 이런 때 국민연금이 다른 기업에 기회를 주라고 발언하지 않으면, 그걸 지지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인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인 결정이다. 김 우리 대기업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50~60%인데, 일감 몰아주기를 해서 주식가치가 떨어지면 분명히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개입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게 되면 주식가치와는 다른 무언가를 추구하게 된다. 바로 이 부분이 정치라고 하는 것이다. 오 기업을 이익이나 손실로만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민간펀드나 해외 투자자본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니 굳이 문제삼을 게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감을 몰아주면 다른 기업들이 죽고 여러 곳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정성이 깨지고 경제가 편향되게 발달하게 된다. 이게 적절한 것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최근에 국제경제 사태에서 보듯 시장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국제사회에는 절대적 수익보다는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책임경영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고 본다.
의결권 적극행사 위헌소지
국민 노후보장 태만 우려 -전삼현 전 국민의 안정된 노후보장이 사회책임보다는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안정된 수익이 보장되지만 의결권이 인정이 되지 않는 주가연계증권에 국민연금이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이는 국민의 안정된 노후보장이란 역할을 태만히 하고 너무 사회책임에 몰입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 어떻게 국민연금의 구조를 개선해 독립성을 확보할지를 얘기해 보자. 오 국민연금과 기금운용의 지배구조에는 두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국민연금의 임원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정부의 개입 통로가 되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여러 검토를 거쳐 임원을 뽑을 수 있도록 임면절차가 바뀌어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도 중요한 결정을 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위원이 구성되어 있다. 대표성이 훼손되고 있다. 농민 대표로 농협중앙회가 오고, 어민 대표는 수협이 오는 식이다. 김 정부를 배제하는 것은 좀 모양이 이상하다. 그나마 대통령·국회의원은 투표에 의해 뽑혔으니 대표성을 갖고 있다. 그냥 농민 대표 누굴 하나 앉히면 그가 정말 대표자인가? 어쩌면 목소리 큰 사람이 나와 있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엔지오 대표자라든가 하는 게 더 위험하다고 본다. 이왕 이 방식으로 가려면 정부나 국회에서 추천한 사람 등 대표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이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구조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 금통위의 결정은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금통위 아래에는 물가안정이란 분명한 사명을 가진 한국은행이 있다. 정부에서 성장 위주로 가자고 해도 잘 흔들리지 않는다. 금통위원도 각계에서 추천한 전문가인데, 조직의 사명이 분명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오더라도 잘 흔들리지 않는다. 전 독점화된 국민연금은 감당하기 어렵다. 독점은 매너리즘과 비효율성, 경우에 따라 부패도 낳는다. 국민연금이 독점의 함정에서 벗어나서 더 효율적으로 국민들의 안정된 노후를 위해서 경영을 하려면 경쟁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분할도 고려해야 한다. 오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분할 논의는 가능한데, 그 전에 국민연기금이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할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게 없이 분할되면 수익 극대화 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분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제기되는 맥락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 내년 봄 주총 시즌에 국민연금의 의결권이 좀더 적극적으로 행사될 텐데, 어떤 상황이 예상되나? 김 혼나지 않으려 기업이 미리미리 준비할 것이다. 그 준비란 청와대의 가장 큰 관심거리인 상생·공생 이런 것들일 것이다. 고용을 늘리고, 납품단가를 내리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다. 모양이 좋다. 그게 우리의 고민이다. 분명히 기업들은 당분간 수익률이 떨어지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협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주요 기업에 국민이사를 파견할 준비를 해야 한다. 정부가 개입을 하느냐는 논란이 있는데, 파견해서 이사회 내에서 목소리를 내도 이사회의 수많은 이사 중 한명일 뿐이다. 누가 이사로 가느냐가 이슈일 것이다. 정부 입맛에 맞는 전직 관료를 이사로 보내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오히려 그걸 원할지도 모른다. 사회 예상했던 대로 불개입과 적극 개입 사이에서 논점이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다만 연금의 성격규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거기서 문제가 시작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양쪽이 동의한 점을 찾는다면 국민연금의 체제와 운영방식을 전혀 고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권력에 대한 통제 없이 적극 개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오늘 토론, 상당히 유익했다. 정리/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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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배치 해서는 안돼 -이원재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정치권력 직접개입엔 반대 -오건호 오건호(이하 오) 핵심은 정부의 정책목표를 국민연금을 통해 실현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분이 3%인데 100%만큼 역할을 하자는 게 아니고, 그 3%만큼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문제삼으면 오히려 시장원리에 반하는 주장이 된다. 공적 연기금들이 시장경제 체제의 균형자·조정자 구실을 하자는 것인데, 그 역할은 자기가 가진 3% 또는 5%만큼 하는 것이다. 이는 공정한 경쟁이고 공정한 개입이다. 단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도 반대한다. 사회 지금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나 한나라당이 문제삼는 것은 이미 허용된 만큼도 그동안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결권 행사를 얼마나 어떻게 할지로 논의를 좁혀보자. 김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말한 그런 사태가 생긴다. 그는 어떤 전자회사가 스마트폰에 제때 투자를 안 해 아이폰에 밀리지 않았느냐는 말까지 했다. 이는 경영진의 실무적 판단에 대해 의결권이 직접 관여하겠다, 또 해야 한다는 논리를 갖고 말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운용위원들이 정말 전자회사 경영진보다 시장상황을 잘 알 수 있나? 펀드들은 왠만하면 기업의 실무적 의사결정에 관여를 안 한다. 그렇게 해야 수익률이 가장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비슷한 원칙으로 가는 것이 옳다. 이 신한은행 경영권 분쟁 때 큰 목소리를 낸 게 일본인 주주들이었다. 이들의 지분율과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비슷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낸 돈으로, 일본인 주주들은 일본인 돈으로 그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은행장 선임할 때 일본인은 목소리를 내고 실제로 이사를 선임한다. 이사가 있으니 어떤 금융상품을 낼지 말지 등 세부적 의사결정에 개입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 국민은 전혀 개입할 통로가 없다. 이게 정상인지 묻고 싶다. 사회 아까 한진중공업 사례를 들었다. 이런 경우 정말 개입해야 하나? 이 네덜란드에 에이피지라는, 규모가 100조원이 넘는 자산운용사가 있다. 재작년 말께 삼성전자 주주관리(IR) 담당자에게 편지를 보내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직원이 사망한 문제에 대해 해명을 요청했다. 이들이 한국 노동자의 안전사고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연기금이란 자산의 운용성격 때문이다. 즉 자신들이 30년 뒤 상환할 때 이 기업이 영속적으로 경영될 수 있는 기업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경영철학과 태도를 보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사태도 공적 연기금이 보는 태도는 내일이라도 팔 수 있는 개인투자자가 보는 관점과는 달라야 한다고 본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정부가 추천한 인물 파견을 -김정호 김 장하성 펀드는 좋은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만들었으나 이 펀드가 별로 커지지 않고 있다. 투자자가 나선다고 지배구조를 크게 좋게 만들 여지가 별로 없다는 시장의 판단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관여를 해서 크게 좋게 만들 수 있는 여지는 없을 것 같다. 기업의 영속성을 말하는데, 좋은 말이다. 그런데 기업에서 영속성을 가장 많이 생각하는 사람은 오너 아닐까? 자손에게도 물려줘야 하니까 20~30년까지 내다보고 있을 사람들이다. 그러니 기업의 영속성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회 연금의 투자에 정치가 자의적으로 개입하는 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얘기해 보자. 김 관치금융의 폐해를 겪은 뒤 관치는 안 된다는 합의는 이루어진 것 같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보면 금융위원장 출신이 가서 실무를 좌우한다. 현실적으로는 관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기금운용에 관여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무원을 다 빼면 어찌될까? 십중팔구 시민사회 세력, 엔지오에서 경영진이 나올 것 같다. 그 역시 기존 정치권에서는 독립돼 있을지 모르나 정치다. 이 국민연금의 투자가 이미 정치적이었다고 본다. 주요 주주가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은 다른 주주의 결정을 묵인하고 승인하는 것이다. 재벌 총수들은 주주 전체보다는 자신들을 위해서 의사결정을 한다. 이를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 적절하게 합의를 도출해내라고 이사회나 주총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 같은 곳은 총수 자녀들이 지분을 가진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해 이들을 부자로 만든다. 이런 때 국민연금이 다른 기업에 기회를 주라고 발언하지 않으면, 그걸 지지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인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인 결정이다. 김 우리 대기업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50~60%인데, 일감 몰아주기를 해서 주식가치가 떨어지면 분명히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개입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게 되면 주식가치와는 다른 무언가를 추구하게 된다. 바로 이 부분이 정치라고 하는 것이다. 오 기업을 이익이나 손실로만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민간펀드나 해외 투자자본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니 굳이 문제삼을 게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감을 몰아주면 다른 기업들이 죽고 여러 곳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정성이 깨지고 경제가 편향되게 발달하게 된다. 이게 적절한 것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최근에 국제경제 사태에서 보듯 시장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국제사회에는 절대적 수익보다는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책임경영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고 본다.
전삼현 기업법률포럼 대표(숭실대 교수)
국민 노후보장 태만 우려 -전삼현 전 국민의 안정된 노후보장이 사회책임보다는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안정된 수익이 보장되지만 의결권이 인정이 되지 않는 주가연계증권에 국민연금이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이는 국민의 안정된 노후보장이란 역할을 태만히 하고 너무 사회책임에 몰입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 어떻게 국민연금의 구조를 개선해 독립성을 확보할지를 얘기해 보자. 오 국민연금과 기금운용의 지배구조에는 두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국민연금의 임원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정부의 개입 통로가 되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여러 검토를 거쳐 임원을 뽑을 수 있도록 임면절차가 바뀌어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도 중요한 결정을 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위원이 구성되어 있다. 대표성이 훼손되고 있다. 농민 대표로 농협중앙회가 오고, 어민 대표는 수협이 오는 식이다. 김 정부를 배제하는 것은 좀 모양이 이상하다. 그나마 대통령·국회의원은 투표에 의해 뽑혔으니 대표성을 갖고 있다. 그냥 농민 대표 누굴 하나 앉히면 그가 정말 대표자인가? 어쩌면 목소리 큰 사람이 나와 있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엔지오 대표자라든가 하는 게 더 위험하다고 본다. 이왕 이 방식으로 가려면 정부나 국회에서 추천한 사람 등 대표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이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구조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 금통위의 결정은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금통위 아래에는 물가안정이란 분명한 사명을 가진 한국은행이 있다. 정부에서 성장 위주로 가자고 해도 잘 흔들리지 않는다. 금통위원도 각계에서 추천한 전문가인데, 조직의 사명이 분명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오더라도 잘 흔들리지 않는다. 전 독점화된 국민연금은 감당하기 어렵다. 독점은 매너리즘과 비효율성, 경우에 따라 부패도 낳는다. 국민연금이 독점의 함정에서 벗어나서 더 효율적으로 국민들의 안정된 노후를 위해서 경영을 하려면 경쟁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분할도 고려해야 한다. 오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분할 논의는 가능한데, 그 전에 국민연기금이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할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게 없이 분할되면 수익 극대화 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분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제기되는 맥락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 내년 봄 주총 시즌에 국민연금의 의결권이 좀더 적극적으로 행사될 텐데, 어떤 상황이 예상되나? 김 혼나지 않으려 기업이 미리미리 준비할 것이다. 그 준비란 청와대의 가장 큰 관심거리인 상생·공생 이런 것들일 것이다. 고용을 늘리고, 납품단가를 내리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다. 모양이 좋다. 그게 우리의 고민이다. 분명히 기업들은 당분간 수익률이 떨어지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협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주요 기업에 국민이사를 파견할 준비를 해야 한다. 정부가 개입을 하느냐는 논란이 있는데, 파견해서 이사회 내에서 목소리를 내도 이사회의 수많은 이사 중 한명일 뿐이다. 누가 이사로 가느냐가 이슈일 것이다. 정부 입맛에 맞는 전직 관료를 이사로 보내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오히려 그걸 원할지도 모른다. 사회 예상했던 대로 불개입과 적극 개입 사이에서 논점이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다만 연금의 성격규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거기서 문제가 시작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양쪽이 동의한 점을 찾는다면 국민연금의 체제와 운영방식을 전혀 고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권력에 대한 통제 없이 적극 개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오늘 토론, 상당히 유익했다. 정리/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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